[경상매일신문=안종규기자]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용시장 한파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건설업계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 줄었고, 제조업도 8개월째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청년층 취업자는 23만5000명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5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 일자리가 많은 건설·제조업 부진이 이어지고, 신규 채용 대신 수시 경력직 채용 선호가 높아진 영향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5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17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6000명 증가했다.
취업자는 지난해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45개월 연속 늘었으나, 12월 5만 2000명 줄면서 증가 흐름이 끊겼다. 지난 1월 13만5000명 늘면서 증가 전환했고, 2월까지 두 달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연령별로 60세 이상에서 34만2000명, 30대에서 11만6000명 각각 증가했으나, 20대에서 22만8000명, 40대에서 7만8000명, 50대에서 8000명 각각 감소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3만5000명 줄었는데,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 고용률은 1.7%p 하락한 44.3%로 같은 달 기준 2021년 2월(42%) 이후 가장 낮았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업종별로 청년층에서 제조업·건설업 등이 감소했는데,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은 청년 비중이 높은 업종"이라며 "또한 신규 채용의 경력직 선호 증가, 수시 경력직 채용 증가 영향 등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전년 동월 대비 19만2000명(6.7%),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8만명(5.7%), 정보통신업은 6만5000명(5.9%)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업은 16만7000명(-8.1%),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7만4000명(-5.4%), 제조업은 7만 4000명(-1.7%)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은 8개월째, 건설업은 10개월째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의 부진과 내수 침체는 다른 지표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 1월 전(全)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1.2(2020=100)로, 전월 대비 2.7% 감소하며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광업(-2.6%)과 제조업(-2.4%)이 전체적인 감소세를 견인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4.1%)과 토목(-5.2%)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4.3% 감소했다. 이는 2024년 3월(-9.4%)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이에 비경제활동인구는 165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000명(0.0%) 늘었다. 그중 '쉬었음' 인구는 269만7000명으로 12만3000명(4.8%) 증가했다.
특히 취업자와 실업률이 부진했던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만1000명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내수·건설업 부진, 경력직 채용 증가 등을 고용시장 한파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쉬었음'의 주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20대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를 제일 많이 꼽았고, 이어 '다음 일자리를 찾고 있음'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업 등에서 부진이 계속되면서 5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내수 부진으로 비자발적 퇴사한 청년층이 쉬었음에 잔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청년층 쉬었음 인구의 60%는 직장 경험이 있거나 1년 내 취직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머지 40%는 노동시장에 참여할 의욕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취업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자리 정보 제공, 의사가 없는 사람들은 도전 의식이나 구직의욕을 고취하는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해 보인다"며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청년고용 올케어 플랫폼 등을 통해 청년 고용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애로 해소에 중점을 두고 기업,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