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국 대구시족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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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국 대구시족구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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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는 오늘날 전국 방방곡곡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다. 학교 운동장, 마을 회관 앞, 공원과 체육센터 등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공 하나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친숙한 족구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족구는 1966년 대구 동구에 위치한 공군 11전투비행단(K2)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비상대기 중인 조종사들이 활주로에 선을 긋고, 출동복을 입은 채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한 활동으로 족구를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락 활동이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공 하나로 즐기던 놀이가 점차 체계화되면서 규칙이 생기고, 팀 단위의 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족구는 수많은 동호인과 공식 대회를 거느린 하나의 생활체육 종목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족구의 발상지, 대구 K2 기지는 이제 군부대 이전과 도시개발로 인해 그 흔적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족구의 발상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기념공원이나 기념관을 조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단지 스포츠 하나의 역사를 보존하자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살리자는 의미다.
우리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는 일에 자주 소홀해진다. 오래된 것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며, 역사적인 공간이 무색하게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어떤 문화든, 그 시작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기록이며,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다.
대구는 단지 족구가 시작된 장소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자생적인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낸 도시다. 당대 군인들이 만들어낸 족구는, 전통적인 구기 종목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토종 스포츠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더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따라서, 대구에 족구 기념공원이 세워지고, 발상지로서의 명예가 널리 알려지는 일은 단지 체육계만의 일이 아니다. 시민의 기억을 잇는 일이며, 지역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며, 후세에게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다.
대구시족구협회는 새로운 비전 아래, 지역 족구의 활성화는 물론 족구의 역사와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도 힘쓸 것이다. 족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이 작업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현되길 바란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시작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족구는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하는 책임 또한, 지금 대구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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