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권오을두 달 전 쯤 전현직 선출직을 모아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하자는 나의 제의에 권오을 전 국회사무총장의 대답은 명료했다. 이재명을 통한 고향 안동과 경북의 획기적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대의에 대해서는 백번 공감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직 말해줄 것이 없다고 했다. 첫째, 민주당에 아는 사람이 없고 둘째, 경북고 선배로 국회의원을 함께 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정위원회 때부터 거의 매주 자신이 경영하는 고봉 삼계탕으로 밥을 먹으로 오는 각별한 사이이며, 셋째,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던 유승민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어떠한 말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승민을 절대 저버릴수 없다는 조건부 거절이었다. 그런데도 웬지 기분이 좋았다. 올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인간 권오을에게서 훈훈한 사람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형이하학적 잡배들이 수두룩한 정치판에서 모처럼 욕망에 지배된 인간이 아니라 떠나오는 자리조차 가지런하게 돌아보고 정리할 줄 아는 형이상학적 안동 선비의 모습을 보았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그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설레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한편으로 나에게는 빚을 갚는 속죄의 나날이기도 했다. 말기암으로 선거에 나가겠다고 찾아온 그를 당선 가능성이 없다며 매몰차게 뿌리쳤던 업보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를 이 씻김굿판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2. 권영세올 1월 말이었다. 진석범 상임대표의 권유를 받고 경북 먹사니즘 네트워크를 결성하고자 권영세 전 안동시장을 찾아 뵙고자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설령, 탄핵 된다고 해도 안동은 여전이 국민의 힘이 여당이기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그때 이재명 같은 소년공 출신이 성공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역사적 사건이며, 무엇보다 그가 시대적 소명을 담아낼 그릇이라는 확신에 주위의 만류가 사족으로밖에 들리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직인이 찍힌 ‘앞으로 지역강화특별위원회 국민소통본부 공동본부장’, ‘여민동행위원회 경북본부장’, ‘민생경제지원본부 경북 본부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받아들고도 정작 득표율을 높이는 일에 미숙했다는 뼈아픈 성찰이 있었기에 무조건 권시장님을 찾아 뵙고 먹사니즘 경북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에 이재명을 뿌리내리자고 말씀드렸다. 먹사니즘 네트워크 중앙고문, 빛의혁명시민본부 경북 상임대표, 경북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서 이번 대선에 혼을 갈아넣고 계시는 권시장님의 모습은 내 영혼의 투영 같은 것이다. 내가 그토록 권하고 바라던 것을 다 들어주셨으니 나의 신이시기도 하다 그 분은.#3. 임정동내 친구 임정동은 그림자다. 대선판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는 출중한 능력이 있지만 결코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그런 그를 찾아가 안동에서부터 대선판을 흔들어 경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 동력을 전국으로 퍼뜨리자는 다소 뜬구름 같은 내 말에 힘을 실어준 이가 임정동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의 안동 득표율 29.3%를 넘어 서려면 이삼걸 전차관, 권영세 전시장, 권오을 전총장의 삼각 편대가 안동지역 대선판을 이끌어가게 해야 한다는 내 제의를 적극 현실에 반영한 이도 임정동이다. 적어도 이재명의 고향인 안동에서 40% 넘게 득표하려면 지난 대선에서의 29,3%에다 심상정 등 진보세력이 받은 3~4%를 더하고 권영세· 이삼걸·권오을 세력이 각각 1%씩 보태야 36~7%에 도달할 수가 있으며 여기에 역동적인 추세를 덧붙여 주변 환경을 견인해 나갈 수 있다면 45%도 가능하다는 내 상상을 믿어준 이도 그였다.   이삼걸·권영세·권오을의 산불피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안동유림과 전현직 선출직의 이재명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고자 서너달 동분서주한 것도 이 선언이 가져올 극적 효과가 이재명의 안동지역 대선 득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재명후보가 설령,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안동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안동인에게 이 대선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랬기에 더 아쉬운 것이 있다. 그가 나의 네트워크 방식의 5천 양병설을 안동 대선판에 반영하려다 선거를 잘 모르면서 기득권만 누리려는 누군가의 오해를 샀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5명을 책임지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끝없이 조직을 확대하고, 그 조직이 왜 이재명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랑방 좌담회를 수없이 만들어낸다면 안동에서 이재명 득표율 45%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내 견해는 결코 몽상이 아니다. 선거판을 탁월하게 설계한 뒤 구성원 모두를 열정으로 뛰게 만드는 리더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단언하건대 나는 지금껏 임정동이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사심을 갖고 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메머드급 선대위를 꾸려 5천 양병설을 수용하려했던 그의 판단과 그 길이 옳았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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