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3류 연애소설이 생각나는 수필이 있었다. 대학 재학시절, 82년에 만난 정다운 스님께서 집필 ‘옷을 벗지못하는 사람들’이란 수필집이다. 매우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무소유를 주장하고 세속의 묵은 때를 벗기고 출가를 하는 스님의 이야기다. 아직 세속이 미련이 남아 승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속세의 옷을 쉽게 벗지 못하는 사연을 담은 내용인데 세월이 많이 지난 터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스님들이 출가와 구도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솔직하고 재치 있게 그려 많은 인기가 있었던 베스트셀러로 기억한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게 만드는 것은 망치와 정의 억셈이 아니라 잔잔하고 부드러운 물결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아있다.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의 23%가 입사 후 6개월 이내에 퇴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심각한 고용불황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4명이 입사를 하면 그 중 1명은 채 반 년도 되기 전에 입사하자마자 퇴직 하는 것이다. 취업난인데도 직장인 5명 중 4명이 첫 직장을 떠났고 근속 연수가 짧을 수 록 퇴사빈도도 높았다. 첫 직장 퇴사 율이 87.6%나 되는 것이다. 이들 조기 퇴사자들도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들의 조기 퇴사 사유를 보면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업무 불만, 그리고 급여로 나타났다. 특히 갈등 대상의 79%는 직장의 상사나 선배라고 답한 비율이고 비합리적인 업무분담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직장에서 기득권과 텃세가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먼저 입사한 것이 특권이 아닐 뿐 아니라, 선배와 상사의 입장에서 신입을 잘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러운 강압과 사내 질서라는 조직문화가 잔존한다. 이러한 폐단을 조직과 경영진에서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신입사원들의 좌절과 절망, 이직을 초래할 것이다. 기존 사원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신입사원의 나약한 자세와 업무태도 탓이라고 항변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4명 중 1명이 조직을 떠나는 상황에서 떠나는 자의 의지박약을 탓한다는 것은 크게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지만 위아래 위계질서를 없애고 파격적인 직장분위기를 가진 회사가 인기 순위가 높은 이유가 있다.그리고 신입사원의 업무불만도 15.6%나 차지했다. 본인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고, 야근과 특근을 강요하다보니 업무만족도가 떨어진 경우이다. 7080 산업화 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상당히 합리적인 경향을 보인다. 즉, 워라벨(work life balance)이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가치를 가진 젋은세대가 결코 허용하지 못하는 선인 것이다. 게다가 급여까지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다. 급여가 낮고 일이 힘들면 ‘월급도 적게 주면서 일만 많이 시킨다.’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하던 학교생활과는 달리 낯선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젊은이들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대기업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위의 통계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직률이 중소기업보다는 많이 낮지만, 그들 역시 조직 내에서 부당한 대우와 위계질서, 업무의 과중함으로 힘겨움에 처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라고 차별과 대인관계에 관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고 구직난에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한 장하고 고마운 자녀들이 처한 환경은 그렇게 기뻐하고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입사했다고 축하하며 부러움을 받고 부모님의 자랑거리는 되었지만, 그 이후 3년 뒤의 이야기는 하는 사람이 드물다. 입사 자랑하지 말고 3년 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이와는 반대로 만 60세 이상의 중년, 장년의 일자리는 더 더욱 찾기 힘들며 어렵다. 또한 취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건강의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 자리를 그만두기가 힘이 든다. 노년의 시니어 세대들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어려운 고비를 수도 없이 넘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부당한 업무 배정이나, 박한 급여의 현실에도 대안이 없으므로 강제퇴직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점에서 젊은이들과는 많이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시간임을 알면서도 그래도 박봉이나마 뭐라도 짐을 지고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당나귀 신세라고 말한다. 아무리 무거워도 쉬지 않고 죽어야만 짐을 내리는 당나귀. 산업화 세대들의 힘겨운 구인구직 활동이 애처롭다.신입사원이나 퇴직을 하고 나이가 많은 중년과 장년도 직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그 뜻을 함께 한다. 다만 신입사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득권에서는 많이 내리고 양보해야한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노년의 일자리는 바늘구멍보다 더 작으나 그래도 이 순간 옷을 벗지 못하는 시니어를 생각해야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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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매일신문

<경상칼럼>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오피니언

<경상칼럼>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경상매일신문 기자 gsm333@hanmail.net 입력 2022/07/20 21:30
정상태 상생포럼 교육원장, 공학박사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3류 연애소설이 생각나는 수필이 있었다. 대학 재학시절, 82년에 만난 정다운 스님께서 집필 ‘옷을 벗지못하는 사람들’이란 수필집이다. 매우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무소유를 주장하고 세속의 묵은 때를 벗기고 출가를 하는 스님의 이야기다. 아직 세속이 미련이 남아 승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속세의 옷을 쉽게 벗지 못하는 사연을 담은 내용인데 세월이 많이 지난 터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스님들이 출가와 구도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솔직하고 재치 있게 그려 많은 인기가 있었던 베스트셀러로 기억한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게 만드는 것은 망치와 정의 억셈이 아니라 잔잔하고 부드러운 물결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의 23%가 입사 후 6개월 이내에 퇴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심각한 고용불황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4명이 입사를 하면 그 중 1명은 채 반 년도 되기 전에 입사하자마자 퇴직 하는 것이다. 취업난인데도 직장인 5명 중 4명이 첫 직장을 떠났고 근속 연수가 짧을 수 록 퇴사빈도도 높았다. 첫 직장 퇴사 율이 87.6%나 되는 것이다. 이들 조기 퇴사자들도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들의 조기 퇴사 사유를 보면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업무 불만, 그리고 급여로 나타났다. 특히 갈등 대상의 79%는 직장의 상사나 선배라고 답한 비율이고 비합리적인 업무분담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직장에서 기득권과 텃세가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먼저 입사한 것이 특권이 아닐 뿐 아니라, 선배와 상사의 입장에서 신입을 잘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러운 강압과 사내 질서라는 조직문화가 잔존한다. 이러한 폐단을 조직과 경영진에서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신입사원들의 좌절과 절망, 이직을 초래할 것이다. 기존 사원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신입사원의 나약한 자세와 업무태도 탓이라고 항변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4명 중 1명이 조직을 떠나는 상황에서 떠나는 자의 의지박약을 탓한다는 것은 크게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지만 위아래 위계질서를 없애고 파격적인 직장분위기를 가진 회사가 인기 순위가 높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신입사원의 업무불만도 15.6%나 차지했다. 본인에게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고, 야근과 특근을 강요하다보니 업무만족도가 떨어진 경우이다. 7080 산업화 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상당히 합리적인 경향을 보인다. 즉, 워라벨(work life balance)이라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가치를 가진 젋은세대가 결코 허용하지 못하는 선인 것이다. 게다가 급여까지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다. 급여가 낮고 일이 힘들면 ‘월급도 적게 주면서 일만 많이 시킨다.’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하던 학교생활과는 달리 낯선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젊은이들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위의 통계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직률이 중소기업보다는 많이 낮지만, 그들 역시 조직 내에서 부당한 대우와 위계질서, 업무의 과중함으로 힘겨움에 처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라고 차별과 대인관계에 관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고 구직난에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한 장하고 고마운 자녀들이 처한 환경은 그렇게 기뻐하고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입사했다고 축하하며 부러움을 받고 부모님의 자랑거리는 되었지만, 그 이후 3년 뒤의 이야기는 하는 사람이 드물다. 입사 자랑하지 말고 3년 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만 60세 이상의 중년, 장년의 일자리는 더 더욱 찾기 힘들며 어렵다. 또한 취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건강의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 자리를 그만두기가 힘이 든다. 노년의 시니어 세대들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어려운 고비를 수도 없이 넘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부당한 업무 배정이나, 박한 급여의 현실에도 대안이 없으므로 강제퇴직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점에서 젊은이들과는 많이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시간임을 알면서도 그래도 박봉이나마 뭐라도 짐을 지고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당나귀 신세라고 말한다. 아무리 무거워도 쉬지 않고 죽어야만 짐을 내리는 당나귀. 산업화 세대들의 힘겨운 구인구직 활동이 애처롭다.

신입사원이나 퇴직을 하고 나이가 많은 중년과 장년도 직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그 뜻을 함께 한다. 다만 신입사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득권에서는 많이 내리고 양보해야한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노년의 일자리는 바늘구멍보다 더 작으나 그래도 이 순간 옷을 벗지 못하는 시니어를 생각해야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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