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위신 달라진다?…그릇된 인식 전환 필요
[경상매일신문=김달년기자] “ㅇㅇ 축제에 초청합니다.”, “ㅇㅇ체육대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
지난 10월 포항시장 비서실에는 행사 초대장이 하루 4~6장씩 쌓였다.
특히 올 상반기 메르스 여파로 인해 연기됐던 각종 행사들이 10월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장의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올 해 초 일상적·반복적 행사 참석을 최소화하고 지역 현안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는 시장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초청장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
포항시에 공식 등록된 비영리단체(회원 100명 이상)는 수 십개에 이른다. 이들 단체의 체육대회나 김장봉사, 정기총회 등이 모두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행사 때마다 시장을 초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단체들이 초청장을 보내고 있다.
각종 단체가 시장 등 기관장을 초청하는 이유는 행사의 위상 때문이다. 시장의 참석 여부가 주최 측의 영향력과 지역에서 차지하는 행사의 비중을 드러내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행사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단 여러 기관장에게 초청장을 보내기 일쑤다.
A연합회회장은 “시장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건 그 행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며, 중요한 행사라는 의미를 갖게 한다”며 “시장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면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B체육단체 관계자는 “회장 임기 중 개최한 행사에 기관·단체장을 참석시키지 못하면 힘없는 대표로 찍히기 일쑤다. 그래서 기를 쓰고 참석을 요구 한다”고 말했다.
C사회단체 관계자는 “일반인과 회원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시장을 초청하는 것은 일종의 세 과시용”이라며 “회원이 많은 조직이나 행사는 시장을 비롯한 다른 기관장들도 무시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이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는 구청장과 실·국장들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행사가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는 군 단위 자치단체장 못지않은 행사 방문 일정을 구청장과 실·국장들이 소화해 내고 있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심지어 동창회 모임에까지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 오고 있다”며 “시장 참석여부에 따라 행사 위상이 달라지고 회장의 능력이 판가름 난다는 잘 못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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