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철의 도시’ 포항이 지금 조용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전기료 급등, 세계 경기 둔화, 무역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철강업계가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와 일자리, 도시의 활력까지 위협받고 있다.
최근 포항 광명산단의 심팩 공장은 전기료 부담으로 가동을 멈췄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전력비가 저렴한 브라질에 생산기지를 이전했고, 기술과 일자리도 함께 빠져나갔다. 한때 100명 가까이 일하던 공장은 이제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포스코는 45년 역사의 제1선재공장을 셧다운했고,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그 여파는 지역 전반에 드리운다. 인구는 49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중앙상가는 활기를 잃은 채 높은 공실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 산업의 어려움은 기업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산업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도시와 주민들의 삶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방향과 비전이 필요하다.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만 아니라 경제적 공동체의 운명을 함께하는 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함께 행동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소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존 석탄 기반 제철 방식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단지 기업 혁신을 넘어서, 지역 회생과 직결되는 과제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력 인프라 확충, 세제 혜택, 신속한 인허가, 기술 R&D 등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실행은 더디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포항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기반 산업도, 인재도 있다. 다만 지금은 과거에 의존하기보다 변화를 수용하고 함께 준비해야 할 때다. 산업과 도시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 이제는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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