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을 마치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패인자 취급을 하고 있다. 보수텃밭을 지켜준 영남인들에게 원망의 화살을 쏘고 있다. 몰표라는 압도적 지지표로 25개 전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당선인을 배출했지만 정작 정부, 집권 여당 내 TK 정치권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치 죄인취급하듯 대한다. 몰표를 쏟아부으며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줬지만 4·10 총선 패배의 책임이 TK 정치권에 쏠리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엔 얼씬도 못 하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TK가 마치 큰죄라도 지었나. 6선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이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것을 두고도 `윤석열 정부에 영남당 이미지를 씌우려는 야권의 속셈이 반영돼 있다`는 등 지역 비하성 뜬소문까지 나돈다. 이런 상태로는 TK 정치권이 당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도 타 지역 출신 후보들을 위한 거수기 노릇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여당에 보낸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압도적 동의가 이런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다음 달 3일 치러질 원내대표 후보로 3선의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4선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구)도 PK(부산경남) 대표 주자로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TK 출신으론 4선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눈치만 살피고 있다. TK는 이번에 빠져라는 분위기다. 주호영·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에 이어 3연속 TK 원내대표가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영남권 중심 당 지도부가 총선 패배를 낳은 만큼 `이번에 도전하는 건 부적합하다`는 엉뚱한 주장이 나온다.수도권 패배를 극복하고 영남권 중심 당 체제에 변화를 끌어오기 위해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K도 주호영·윤재옥 의원을 빼면 당권 주자는커녕 선출직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낼 인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현역 중심의 공천으로 재선, 3선 등 선수를 쌓은 TK 당선인이 다수 배출됐지만 이들이 앞으로 선출될 타 지역 지도부로부터 각종 임명직 당직 자리를 받기란 현재 분위기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K 정치권은 이번에 주호영 의원이 총리로 낙점되지 못한다면 당정 주요 요직 자리를 모두 놓치게 된다. 몰표로 여당을 지켜준 보수텃밭 TK 민심을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아도 되나. TK는 언제까지 보수텃밭만 지키고 있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