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에 대해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과 언론인이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집단행동 주장에 반박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전공의들이 정부 대응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한데, 그렇다고 갑자기 병원을 나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동인가? 의사 선배로서 윤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나?” “만약 그렇다면 병원의 모든 직종이 기분 나빠서 사직서 내고 내일부터 안 나오면 다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노조 파업에 의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여러 항목의 올린 질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전공의는 교수들에게 환자를 인수인계 하고 나간 것인데, 인수인계 할 사람이 없는 교수들의 사직은 환자를 진짜 포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의사로서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권 교수의 용기있는 외침은 전공의와 의대생 대다수가 사직과 휴학을 하고, 의대 교수도 집단 사직 찬성론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지만, ‘의사의 윤리와 본분’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그의 소신있는 발언이 의사 사회에서도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병원을 지키고 있는 소수의 전공의들이 권 교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병원을 떠났어도 역시 같은 생각에서 마음이 편치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동료의식이 강한 집단일수록 다수에 반하는 주장을 펴기 어려운 법이지만, 그렇다고 그 무리에 휩쓸려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된 논리다. 건강한 토론을 통해 집단의 합리성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다. 우리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대학병원의 중환자들이 의지할 마지막 보루인 의대 교수들이 ‘환자를 진짜 포기하는’ 치명적인 선택지 앞에 서 있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제자를 지키는 방법일 수 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이나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차이를 떠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과업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어느 대학 총장의 호소가 와 닿지 않더라도, “의사로서 그래도 되는 거냐?”는 권 교수의 일침에 대해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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