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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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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걱정한다. 특히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할 때 더욱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게임, 인터넷,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다.
사회에서는 게임 중독을 심각한 문제로 여겨,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중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부터 일부 학교와 연구소에만 보급되던 인터넷망이 가정에도 깔리기 시작해 인터넷 보급률이 95%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 등에 지나치게 빠져들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부작용 또한 발생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에서 발표하듯 10대 아이들의 10~15%가 중독 수준이며 착하고 성실하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부모에게 반항하고 비뚤어지면서 가출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 모두 게임 때문일까?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는 47만 명, 만성중독자는 5만 명이라고 한다. 막상 그들에게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니?” 라고 물어보면 “할 게 없어서요” 라는 대답이 “재미있어 죽겠어요. 더 하고 싶어요!” 대답보다 훨씬 많다. 학교생활이 재미없고, 공부는 뒤떨어져서 뭐가 뭔지 모르겠고 학원에 가봤자 앉아 있는 시간이 아깝기만 한 아이들에게는 차라리 집에서 혼자 게임이나 하는 게 나은 것이다.
부모들이 볼 때에는 그놈의 게임이 중독성이 무진장 강해서 멀쩡한 아이를 다 망쳐놓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부모들은 게임의 중독성을 개탄하기에 앞서 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는지, 게임이 현실 생활보다 어떤 좋은 것을 제공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가정이 컴퓨터를 공부방이나 아이들 방에서 마루로 옮기고 있다.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가족들이 공유하는 가전제품으로 보는 것이다. 공용 공간에 컴퓨터를 두고 함께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게임을 하거나,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은 줄어든다. 하물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도 그 컴퓨터를 모두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 여기면 조심해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아이의 대부분은 자기절제 능력이 충분히 발달해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게임하지 말고 전화할 때만 써” 하는 것은 식탁 위에 불고기와 갈비를 한 가득 올려놓고,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와 김치도 먹어”하고 그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만일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면 집안의 모든 통신기기의 거치대와 충전기를 마루나 주방의 한 곳으로 정해놓고 가족 모두가 필요할 때만 사용하되, 자기 방으로는 갖고 들어가지 않게 한다.
10대의 아이를 건강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하고, 불편도 함께 경험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규칙을 만들고 제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식만 지키는 규칙보다는 부모와 자식이 모두 지키는 ‘가족의 규칙’이 될 때 무엇이든 더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문제를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거시적인 관점으로 하나의 새로운 미디어에 적응해가는 노력, 10대 아이들의 통제 능력의 평가 문제, 아이의 일상의 고통과 부적응의 신호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 혼자 바꾸게 하기 보다는 가족 모두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감으로써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김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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