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들 ‘세월호 진상규명’ 동참 호소
"아이들 엄마, 아빠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23일째인 8일 오후, 어버이날이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가슴에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달았다.
희생자 유가족 가운데 10여명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출구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에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가족들은 "오늘부터는 인터넷에 'https://goo.gl/i6XP7F' 주소를 입력하면 멀리서도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면서 호소문 한 장이라도 더 나눠주기에 바빴다. 슬픔에 젖어 망연자실해 있을 겨를마저도 없어 보였다.
3일부터 분향소 앞에서 침묵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들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도 유가족 4명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아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쏟아지는 햇볕 아래 묵묵히 서 있었다.
대기소에 있던 20여명의 유가족들도 남은 실종자들의 구조 상황과 관련자 수사가 진척되는 양상을 지켜보느라 한시가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 굳은 표정으로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기소 입구에 서서 외부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주변을 지켰다.
이날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4000여명의 조문객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다녀갔다.
흰 국화로 가득한 제단에는 희생자들을 대신해 누군가 가져다 놓은 붉은 카네이션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분향소 안에는 웃고 있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엎드린 채 오열하는 한 희생자 어머니의 통곡소리가 가득히 퍼지기도 했다.
지켜보던 조문객들은 눈가를 훔치며 조용히 조문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차마 바라보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이도 있었다.
이와 같은 희생자 가족들의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자원봉사 단체나 조문객들 사이에서도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동문회 관계자는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대신해 희생자 부모님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자는 얘기가 나온 적은 있다"면서도 "부모님들이 지금 그런 걸 원하시지도 않을 것 같아서 따로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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