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권현구 시인이 계간 ‘문학사랑’ 2025년 여름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시단에 등단했다. ‘문학사랑’ 편집부는 5월 29일, 권 시인의 시 ‘시의 집’을 비롯한 총 5편을 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그의 시 세계에 찬사를 보냈다.권현구 시인은 2000년 ‘한맥문학’과 ‘오늘의 문학’을 통해 수필가이자 동화작가로 문단에 첫발을 내딛었다. 삶의 소소한 장면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정감 있게 풀어낸 글들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해바라기와 나팔꽃’, ‘길’, ‘행복한 동행’, ‘포항기행’, ‘신라왕릉’, ‘명가 안동권씨’, ‘장 이야기’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작가로서의 내공을 쌓아왔다.그의 문학은 단순한 감상의 기록을 넘어, 살아 있는 삶의 체취를 품고 있다. 2014년, 그는 도시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포항 북구 죽장면 상사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직접 장을 담그고 사과를 재배하며 시작된 농촌 생활은, 그의 글에 새로운 빛깔과 결을 입혔다.‘낭만농부의 시골편지’, ‘시골에서 사는 즐거움’, ‘시골에서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죽장 이야기’, ‘별의 노래’ 등 그의 에세이들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길어올린 따뜻한 사유와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 분야 수상은 단지 장르의 확장이 아니라, 그간 이어온 문학 여정의 또 다른 정점이라 할 수 있다.이번 수상작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대, 오가향에 가보셨나요’는 죽장의 장독대를 배경으로 한 시로, 자연과 삶, 기억과 전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시의 첫머리, “경상북도 심심산골, 죽장면 상사리 양지바른 곳에 300여 개 장독이 햇볕과 맑은 바람을 품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구절은 단번에 독자를 시공간의 현장으로 끌어들이며, “낮에는 산새들의 고운 지저귐, 밤이면 멧돼지 떼의 거친 숨소리조차 질박한 장독에 스며들어 어머니의 정갈한 손맛으로 조용히 숙성된다”는 대목은 시인이 살아낸 삶과 그 속의 서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심사를 맡은 리헌석 문학평론가, 엄기창 시인은 “이 작품은 단순히 시골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스며든 시간과 정성, 그리고 사람 냄새를 진하게 전하고 있다”며 “일상의 언어를 시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능력은 신인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성숙하다”고 평했다.실제로 권 시인의 시에는 화려한 수사나 인위적인 구성이 없다. 그러나 그가 품고 살아낸 경험은 조용히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며 오래도록 남는다.그가 부인과 함께 가꿔온 ‘오가향 장독마을’의 풍경도 그중 하나다. “푸른 물감이 묻어날 듯 티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하늘, 반달로 뜬 낮달이 어머니의 축복처럼 빙긋이 웃고 있다”는 구절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올리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곳에 함께 선 듯한 몰입감을 준다.권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담담히 전했다.“죽장에서 전통장을 담그고 사과농사를 짓는 바쁜 일상 속에서 책 읽을 시간도, 글 쓸 시간도 부족하다는 핑계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은 그런 나를 향한 따뜻한 경종이자, 다시 펜을 들 용기를 북돋워 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든 키워낼 기세로 다가오는 물줄기를 따라, 시의 봄 동산에 제대로 된 시 한 편을 심어가고자 합니다.”현재 권현구 시인은 문학박사로서의 학문적 깊이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포항 MBC 시청자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문학과 공동체, 삶과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묵묵히 수행 중이다.그의 시편 하나하나가 장독대처럼, 시간과 바람과 햇살 속에서 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그리고 그의 문학 세계가 이제 수필과 동화를 넘어 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더욱 넓고 깊게 퍼져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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