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대바기부터 하늘의 음성을 듣기 위해 교회로 가는데 닭 울음소리가 요란하였다.
비가 약간씩 뿌리더니 구름은 달아나고 하늘은 온 산야를 환하게 덮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틀었다. 강원도에서는 첫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온 몸을 깨끗하게 씻은 나무들은 춤을 추고 붉은 잎은 두두둑 떨어져 내린다. 학천 마을에서 들려오는 닭소리가 친근하게 들렸다.
어스름한 새벽, 수탉이 높은 곳에 올라가 우는 이유는 군집 생활을 하며,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과 함께 살기 때문에 자기 영역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수탉이 하루가 시작된 시간에 요란하게 운다는 문화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조류는 빛에 민감해 뇌 속 ‘송과체’가 있어 피부를 통과해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수하고. 간뇌 위쪽에 있는 송과체는 내분비기관으로 하루 단위로 움직이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한다고 한다. 조류는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 주기를 갖게 되어 빛에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 있는 자명종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교회당 지붕에 닭을 장식하고 불교에서는 닭 우는 시간에 항시 참선한다는 의미로 ‘계명정진’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고 한다. 마침 22일 0시 30분에 14대 김영삼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닭소리와 함께 뇌리에 남은 그분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 났다.
맑고 정직한 사회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투사형 대통령이었다. 유신 정권을 겨냥해 야당 총재 김영삼은 거침 없는 저항의 언어를 쏟아내기도 하였다.
1979년 8월, YH여공 농성사건 직후 “이 정권은 피를 보고 머지 않아서 반드시 쓰러질 것이다. 쓰러지는 방법도 비참하게 쓰러질 것이다.”라고 직설을 퍼부었다. 그해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궁정동에서 국가안전기획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씨에게 시해(弑害) 당했다.
5공 신군부 정권의 억압 속에서도, 민주화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1985년 2월,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중 “날 감금할 수는 있어. 그러나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을, 마음을 전두환이가 뺏지는 못해.”하고 저항했다.
군부 정권이 단식투쟁 중단과 출국을 권유하자 “나를 시체로 만든 뒤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맞섰고, 대통령 취임 후 군 사(私)조직 하나회를 척결해 수많은 별들을 떨어뜨릴 때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는 한마디로 반발을 잠재웠다.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건, 역사 바로 세우기로 압축됐다.
1995년 12월, 전직대통령 수사 중 “지난 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국민적 여망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쿠데타에 의한 정권 탈취는 잘못된 역사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하지만 IMF와 차남의 비리, 영욕의 5년 임기를 그는 이렇게 함축 했다.
1998년 2월에 퇴임하면서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뇌의 시간은 아주 길었다”고 말하였다.
2010년 6월 기록전시관 앞에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마침내 왔다.”고 자신의 말을 꺼내들고 회고하였다. “닭 울기 전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한 사도 베드로가 회개하고 그 후 십자가를 거꾸로 지고 순교한 처럼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민주주의와 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몸ㅠ바치신 고 김영삼 대통령의 십자가의 삶을 생각해 보면서 새벽 닭 우는 소리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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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수 현 논설위원 경북 숲 해설가협회 상임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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