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외우내환을 넘어 존망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밖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위헌정당 해산론’을 띄우고 있으며, 안으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특검 수사 후 국힘의 정당 해산 절차에 돌입을 연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에는 물밑 당권 경쟁이 치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국회가 정당법을 개정, 대통령이 내·외란 혐의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될 때, 대통령을 당원으로 둔 정당은 정부의 청구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입법권과 행정권, 헌법재판소마저 손아귀에 거머쥔 만큼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게 됐다. 국힘의 대선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시장도 경선 탈락 후 연일 국힘 비판에 나서더니 급기야 위헌정당으로 해산될 것이니 각자도생의 길을 대비하라고 당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탈당과 정계 은퇴 선언 후에도 연일 계속되는 홍 전 시장의 국힘 비판 발언에 보수 국민은 분노를 넘어 연민의 감정마저 든다는 반응을 보인다. 홍 시장과 관련해서는 차기 대선을 대비한 독자 정당 창당, 이준석 대표와의 합당 등이 거론, 국힘 흔들기가 잘 계산된 정치 공작이란 분석도 나온다. 직전 여당이며 107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제1 야당이 위헌 정당으로 몰려 해산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 들어 국내외 정세가 예측 불허임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지난 3년 동안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자행한 탄핵·특검·예산 폭주 △반전을 꾀하려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를 역이용해 민주당이 달성한 윤 대통령 탄핵 △대통령 파면 2개월 만에 이뤄진 조기대선 △미국 선거감시단도 경악한 수백 가지의 부정선거 의혹 △이재명 대통령 당선 △피고인 이재명 대통령 형사재판 중단 △대통령 1호 법안이 탄핵 잔당 숙청 등은 일반적인 일들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선 패배 후 반성과 성찰보다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계파 간 갈등, 유력 후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 진정한 화합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다.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새 비대위원장 선출, 원내대표 선출 등이 국힘의 당면 과제다. 민주당의 거침없는 압박, 복잡한 당내 사정을 감안하며 위기를 조기 종결시키려면 당내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당이 해체된다면 당 지도부 선출이 무슨 의미가 있나. 또한 당 지도부가 선출된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민주당의 폭주를 멈출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거대여당과 행정부가 한 몸이고 사법부마저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 국힘이 100여 의석을 갖고 정권의 폭주를 막아낼 방법이 전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이러한 때 당 해체 수준의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집권’인데 집권 중반기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온갖 모략을 꾸민 자, 이를 추종하며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자는 동지라 할 수 없고 당에 남아 있어도 안 된다.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달리) 경선에 탈락하고서 대선 후보를 지원하기는커녕 승복을 거부하는 양 갖가지 조건을 내걸고 생 때 부리듯 수용을 요구하는 등 후보의 발목잡기에 힘쓴 자 역시 지도자라 인정할 수 없다. 김문수 후보의 대선 선거전은 전쟁이었다. 분열되듯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당 인사들을 아우르며 상대 후보와 전투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경선 상대였던 홍준표 전 시장과 단일화 후보였던 한덕수 전 총리는 후보 지지를 끝내 외면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지원할 듯 말듯 ‘자기 정치’에만 힘썼다. 대구경북은 보수정당 핵심 정치세력들의 본거지다. 대구경북 지역민이 외면하는 정당이 되지 않도록 차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 등, 당 지도부는 창당 수준의 개혁과 쇄신을 이뤄내 지역민은 물론 국민 전체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으나 이 정도로 망가진 보수정당이라면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라는 자세로 나아갈 때만 가능하다. 사리사욕이 아닌 국익과 공익을 추구하며, 정의감과 의리, 인성을 온전히 갖춘 정치인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보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TK·PK는 무엇보다 의리(義理)를 중시하는 지역이다. 최소한 상거래에도 ‘상도의’가 존재하듯 의리를 가볍게 여기는 자가 예(禮)와 의(義)를 중시하는 영남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어 기갈을 느끼듯, 올바른 정치 지도자를 찾지 못해 고뇌에 빠진 국민을 위로할 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한다. 덧붙여, 20~30대 청년들이 왜 지금도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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