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면 더운대로 사는거지 뭐. 천 원짜리 냉커피 한 잔 사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네.” 3일 오전 푹푹 찌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거리로 나온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포항지역의 낮 기온이 37도를 웃돌면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이날 구 포항역 광장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온 노인들로 북적였다. 구 포항역사의 폐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곳은 지역 노인들의 쉼터가 된지 오래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이 한데 모이는 만큼 평균 20여 명이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동네 경로당에 가봐도 서로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속만 상한다”며 “돈이 없더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이곳이 마음 편해 즐겨 찾는다”고 했다. 벤치에 몸을 기대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모자가 휘날릴 정도로 강하게 부채질을 해댔다. 그러나 거친 숨만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도무지 마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어느새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이어 자전거를 끌며 광장으로 들어선 할아버지 역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냈다. 또다른 할아버지는 “집에 가만 있다간 더위에 죽을 거 같아 이곳에 나왔다”며 “좀 쉬다 집에 가서 밥 먹고 또 나오는거지”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내 인근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폐지 줍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더워도 먹고 살려면 나와야지”며 “집에 있는다고 편히 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하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움직이고 싶지만 거동이 불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들도 있다. 하루종일 가만히 누워만 있다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가끔씩 사람들이 찾아와 선풍기도 주고 그랬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며 “더위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또 다가올 추위가 무섭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편 4일 포항의 낮 최고기온도 37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무더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경상매일신문

<현장르포> ‘各樣各色’ 도심 속 노인 여름나기..
뉴스

<현장르포> ‘各樣各色’ 도심 속 노인 여름나기

/최보아 기자 입력 2015/08/03 20:26
포항지역, 37도 웃도는 폭염…구포항역 광장 노인들로 ‘북적’

↑↑ 3일 구 포항역 광장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며 찜통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 경상매일신문

“더우면 더운대로 사는거지 뭐. 천 원짜리 냉커피 한 잔 사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네.”
3일 오전 푹푹 찌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거리로 나온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포항지역의 낮 기온이 37도를 웃돌면서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이날 구 포항역 광장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온 노인들로 북적였다.
구 포항역사의 폐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곳은 지역 노인들의 쉼터가 된지 오래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이 한데 모이는 만큼 평균 20여 명이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동네 경로당에 가봐도 서로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속만 상한다”며 “돈이 없더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이곳이 마음 편해 즐겨 찾는다”고 했다.
벤치에 몸을 기대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모자가 휘날릴 정도로 강하게 부채질을 해댔다.
그러나 거친 숨만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도무지 마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어느새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이어 자전거를 끌며 광장으로 들어선 할아버지 역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냈다.
또다른 할아버지는 “집에 가만 있다간 더위에 죽을 거 같아 이곳에 나왔다”며 “좀 쉬다 집에 가서 밥 먹고 또 나오는거지”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내 인근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폐지 줍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더워도 먹고 살려면 나와야지”며 “집에 있는다고 편히 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하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움직이고 싶지만 거동이 불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들도 있다.
하루종일 가만히 누워만 있다는 할머니는 “예전에는 가끔씩 사람들이 찾아와 선풍기도 주고 그랬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며 “더위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또 다가올 추위가 무섭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편 4일 포항의 낮 최고기온도 37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무더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