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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성 대구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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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매일신문=성낙성기자]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올해의 사자성어가 선정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성인 1천270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과 가장 가까운 사자성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된다'는 의미의 마고소양(麻姑搔痒)이 전체 응답자의 15.0%의 선택을 받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지난 2018년은 우리 역사에서 격동의 한해였다. 격동이었으나, 격동으로 그친 점도 있었다. 격동은 시대의 빠른 발걸음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법이다.
지난해 교수신문의 사자성어 1위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짐(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촛불의 무거움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도 담겼다. 남북 정상의 회담도 평화·통일의 길만 보일 듯 말 듯 텄을 뿐이 아닌가한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문 정부 집권 초기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를 모토로 출범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적폐청산 등에서는 나름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반감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경제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국민들의 체감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경제기조는 아직까지 레토릭(rhetoric)에 가깝게 느낀다. 재벌·부동산·노동·복지·세제 등 분야에서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게만 보였다. 때문에 내세운, ‘짐(책임)은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 멀기 만하다.’
2017년은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2018년의 2위는 ‘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인,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차지했다. 무엇인가 될 듯, 잔뜩 기대감만 있었으나, 늘 부족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성인 2천91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에 따르면, 1위에는 ‘다사다망’(多事多忙, 14.2%)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것이었다.’ 2위는 ‘고목사회’(枯木死灰, 13.0%)가 차지했다.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라는 뜻이다. ‘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불이 꺼진 재 같아서 기가 없고, 용기가 없다는 의미다. 현대인들의 무기력한 상태를 은유한다.
2019년은 돼지띠인, 기해년(己亥年)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돼지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알려주는 능력자 혹은 신의 제물로 등장한다. 민속학 측면에서 ‘돼지는 복(福)의 상징’이다. 정월 첫 돼지날(亥日)에 개업하면, 부자가 된다고 믿은 것도 이러한 사정에 따른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돼지와 관련된 장소가 전국적으로 112곳이다. 전남 27곳, 경남 21곳, 전북 16곳, 경북 13곳 순이다. 남쪽 지역에 집중된 것은 풍요(豊饒)한 곡창(穀倉)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문경 가은읍 저음리는 지명엔 ‘돼지’가 들어있다. 울진군 ‘돗진’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돼지를 제물로 바친 곳이다.
의성군 ‘도직골’은 돼지가 많았다.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기해년(己亥年)은 여느 해보다 복(福)이 가득한, '황금돼지의 해'이다.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운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돼지해의 의미를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일들을 돌아보며, 우리 땅 곳곳을 비추는 해처럼 국민들은 함께 잘살기를 열망한다. 국민들이 열어놓은 평화의 길을 아주 벅찬 걸음으로 걸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이 발표한 지난해의 임중도원(任重道遠)에서, 정치의 요체(要諦)는 국민들의 고른 삶이다. 국민들의 소망대로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거든다. 거들면, 임경도근(任輕道近)이 된다. 짐(책임)은 가볍고 길은 가깝다. 멀지도 않다.
국민들은 ‘가난(빈부격차/소득격차/외주화)이 죄가 되는 세상’을 싫어한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위 10% 1인이 1억7천만 원 벌 때, 하위 10% 1인은 121만 원을 벌었다. 2019년 기해년 돼지해는 빈부·소득격차의 철폐다. 철폐를 막는 그물은 없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