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3사, 면허 신청 놓고 ‘난타전’…울릉주민 편의 ‘뒷전’
울릉도 주민들의 교통로이자 생명로인 포항-울릉 정기여객선 항로가 여객선사들의 이권 다툼으로 난타전이 전개되고 있다.
울릉군민들은 이로 인한 피해가 또 다시 자신들에게 돌아 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관계당국들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여객선대책추진위원회도 새로이 조직해 주민들의 권리확보에 적극 투쟁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추고 있다.
포항-울릉 정기여객선 항로는 지난 80년대부터 2005년까지 대아고속해운에서 독점적으로 이끌어왔다. 급기야 이 황금노선에 2006년 D해운사가 복수노선의 시대를 활짝 열어 울릉도주민들의 숨통이 뚫리는 듯 했다.
그러나 D해운사는 거듭된 기관고장, 운항적자 등으로 휴항을 수년째 거듭하다가 지난해 A해운사에 운송면허 등을 매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 카훼리 '아라퀸즈'호를 투입한 A 해운사도 몇 차례만 운항하다가 기관고장, 선박수리비 체납으로 인한 압류 등으로 지금까지 휴항해 왔다.
이에 포항지방해운항만청은 지난 달 30일 '말로만 복수 노선'인 이 선사의 정기여객선 면허를 전격적으로 취소시켜 버렸다.
허울 좋은 복수노선이 시작된 지 꼭 9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울릉도주민들은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선표부족으로 참기 힘든 고통을 겪어 오고 있었다.
이 빈 자리에 강원-울릉 정기여객선사인 (주)씨스포빌이 지난 2일 신규 운항면허를 발 빠르게 신청했다.
3천톤급 규모의 대형 초고속 훼리호를 내년부터 운항시키겠다는 사업계획이다.
씨스포빌은 지난 2011년부터 이 노선에 첨단 쾌속 카페리를 투입해 울릉군민 교통망 확충, 관광 수요 창출로 관광 산업 성장기여 및 건전한 경쟁을 통한 여객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수차례에 걸쳐 면허를 신청했다.
그러나 허가기관인 포항지방해운항만청은 매번 적취율과 선석 부족 등의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었다.
씨스포빌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포항해운항만청은 이해하기 어려운 명분과 행정 처리로 울릉도의 노선에 경쟁 사업자의 진입을 원초적으로 막아 왔다"며 "이러한 행정처리 결과로 인해 울릉도 주민의 육지 이동권과 관광 시장의 성장을 행정이 가로 막고 있는 실정”이라 전했다. 이어 "반려의 주된 이유가 됐던 '아라퀸즈'호의 면허가 취소된 만큼 운송허가는 당연히 날 것" 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관계당국, 울릉군민들이 원하면 연내에도 3-4천톤급의 대형 카훼리호를 당장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씨스포빌의 면허 신청에 연이어 지난 3월 31일 대아고속해운의 영업권을 매입해 포항-울릉을 운항하고 있는 대저해운도 이 노선에 추가로 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대저해운은 사업 확장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해운, 관광업계에서는 씨스포빌의 신규 진입을 막고 견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가 지난 2013년 포항-울릉도 저동항 간의 신규 운송면허를 받고 오는 7월경 취항을 코앞에 두고 있는 태성해운이 급작스러운 '운항시간 변경'을 항만청에 요청했다.
즉 이 항로를 놓고 갑자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삼파전이 벌어진 것이다.
태성해운은 당초 울릉도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운항시간을 거꾸로 바꾸어 포항에서 오전 10시께 운항한다는 것이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씨스포빌의 신규면허 신청은 선석부족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사라진다.
이 요청의 핵심은 면허 취소된 아라퀸즈호가 빠진 빈자리(선석)에 자신들의 여객선을 넣어 운항하겠다는 것. 하지만 그 뒷면에는 씨스포빌의 신규진출을 막고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보고있다.
태성해운은 당초 울릉도 저동에서 오전 9시 출항, 포항은 3시에 출발해 울릉도로 돌아온다는 가면허를 받아 논 상태이다.
이 같은 운항시간대는 울릉주민들에게는 육지와 1일 생활권도 가능해져 힘찬 박수와 호응을 받고 있었다.
본사도 타 여객선사와는 달리 울릉도에 세운 태성해운은 수십 년간 교통문제로 응어리졌던 섬 주민들의 부푼 기대와 희망을 지금까지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한꺼번에 그 모든것이 허물어졌다. 허탈하기 까지 하다는 주민들의 심정이다.
울릉읍 저동리 주민 최모씨는 "선사들의 대책없는 경쟁으로 또 다시 주민들은 난파선에 올라 탄 심정"이라며 "관계당국들의 철저한 심의와 조사로 울릉도 실정에 맞는 여객선이 항구적으로 제발 좀 다녔으면 하는 간곡한 바램"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전 울릉군민여객선문제대책위원회 조모씨는 "선사들은 영리에 급급해 주민들을 볼모로 잡아서는 더 이상 안된다"며 "항만청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처리를 지켜 볼 것”이라 전했다. 이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결정이 났을 때는 법적투쟁과 함께 울릉군민들의 참고 참았던 저항을 결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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