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50~90% 가까이 할인 판매되는 최신 TV와 휴대전화 등 인기 품목을 서로 먼져 차지하기 위해 격투까지 벌이는 장면을 TV화면에서 본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과 엘지 등 제조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만큼 전자제품에서 진짜 할인 품목을 찾기는 어렵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 문제는 행사 구조 자체에 있다. 제조업체 위주로 진행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통업체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할인에 한계가 있다. 구조적인 한계, 짧은 준비 기간 등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개시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했던 애꿎은 소비자들만 ‘호갱(호구 고객)’의 탈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 이케아에서 파는 TV 장식장의 가격은 44만9,000원이지만 현지 가격은 211달러(한화 23만2,000원)로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또 킹 사이즈 침대 역시 한국은 35만9,000원, 현지 가격은 179달러(한화 19만6,864원)이었으며, 똑같은 가죽 3인용 소파도 한국 89만9,000원 현지 가격은 599달러(한화 65만8,780원)로 팔린다.
임페리얼, 발렌타인 등의 위스키로 잘 알려진 페르노리카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6월 결산, 2012년 7월~2015년 6월) 259억 원을 100% 지분을 가진 아시아 본사 '페르노리카아시아'로 보냈다. 이 기간 이들이 올린 매출은 375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2013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약 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80억 원(배당률 96.04%)을 배당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이처럼 수십억 원을 본사로 빼돌리는 사이에 CSR격인 국내 기부금은 고작 6500만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2013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는 단 1원도 기부하지 않았다.
하이네켄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1828억 원에 달하는 매출과 407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동안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고작 1386만 원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 대형 LCD TV를 1,100달러(한화 120만원 상당)에 샀지만 한국에 돌아와 똑같은 제품을 보니 300만원 가까이 됐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를 제대로 경험했다. 그 TV는 삼성TV였다”는 경험담은 한국고객이 스스로 ‘호갱’이 되주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포르쉐는 국내시장에서 프리미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카이엔(V6 3600cc, 가솔린 기준)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분 반영에도 불구하고 9610만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약 8000만원(859만엔), 미국에서는 이보다도 싼 약 6600만원(5만83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 2013년 매출액을 살펴보면 2조1532억원. 영업이익은 407억원이었 지만 기부금은 2억100만원에 그치면서 사회공헌에 대한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전년도에는 매출 1조5444억원에 영업이익 522억원을 올렸지만 기부는 1억100만원에 그쳤다. 이는 국내에서 차량 한 대를 팔았을 때 약 4400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년도에는 3000원에 머물렀다.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재규어도 내년 국내 출시 예정인 ‘F-페이스’의 국내 시판 가격을 미국보다 2000만원 가까이 비싸게 책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대자동차는 기부금으로 약 567억원, 기아자동차는 약 251억원을 집행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차량 1대당 기부금은 현대차가 약 8만8000원, 기아차가 약 5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 번 양보해 ‘외국계 기업이니깐 그럴 수 있어’라고 애써 쓰린 속을 달래 봐도 최근 이들 외국계 기업이 한 행태를 본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을 완전히 ‘호갱’으로 취급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들 외국계 회사들은 왜 우리나라 국민을 ‘호갱’ 취급하는 걸까. 이에 대해 업계 관자들은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만약 우리나라 소비자의 권리 중 가장 강력한 힘인 '불매운동'에 나섰다면
이 같은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우리 국민들은 불매운동 기간이 너무 짧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단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 스스로가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물건을, 얼마나
싸게 파는지 두 눈 부릅뜨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
※호갱: 호구+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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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환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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