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바쁜 일상생활이 점차 익숙해진다는 것과 같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사실은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개 바쁘게 살아간다. 사람, 일, 돈에 치여서 산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때 사색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도구를 하나쯤 발견하는 것은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 데 좋은 도움이 된다. 2024년 1월 기준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었다. 승승장구하던 한 젊은이가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뒤 10여 년 동안 미술관에서 근무하며 삶과 죽음을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출간 이후 엄청난 성장가도를 달리며 서점가를 휩쓸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예술작품에 흥미를 갖고 책을 구매한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진심 어린 조언, 아름다운 필체, 훌륭한 마케팅의 결과로 판매고 1위를 달성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모든 인간은 사색으로부터 비롯되는 힘을 믿는다는 뜻과 같다.   종종 방문하는 카페가 있다. 위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딱히 저렴하지도 않으며, 대형 카페와도 거리가 멀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카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방문한 적도 있다. 커피맛도 일품이지만, 아늑하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그 카페에서는 흥을 돋우는 팝송보다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 항상 흘러나온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조명은 마음을 포근하게 했고,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간섭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하루는 재즈가 흘러나왔다.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재즈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일까. 재즈라고는 전혀 모르는데도, 그날 이후로 틈만 나면 재즈음악을 찾아들었다. 그때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였는데, 신기하게도 재즈음악만 들으면 집중이 잘 되었다. 한 번도 관심을 기울여보지 않은 재즈라는 음악이 사색의 도구가 되어준 셈이었다. 사색의 도구라고 해서 돈을 들여서 장만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도서관이 될 수도 있고, 서재가 될 수도 있다. 버스 안이 될 수도 있고, 기차 안이 될 수도 있으며, 등산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사색의 도구를 찾아본다면 하루쯤은 우리의 인생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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