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은척에 가면 성주봉과 칠봉산과 은자산이 솥발처럼 마주보고 있다. 성주 칠봉과 함께 자연히 은자산에 얽힌 은척의 전설이 떠오른다. 은자를 갖다 대면 죽은자가 살아나고 병자를 치유하며 전쟁에 나가면 백전백승하는 신기로써 은자산에 숨겨뒀다는 전설이다. 상주를 일러 예로부터 웅주거목(雄州(巨牧)이라 했으니 이 이름이 나타내는 의미를 아는 이가 없다. 단순히 물산이 풍부한 큰 고을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재현한다는 인류사 시원문명의 뜻이 내포돼 있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정안수를 올리고 한없는 염원을 담아 두 손을 비비며 기나긴 치성을 들였다. 풀리지 않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삶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사연들을 정안수에 담아 안녕과 번성을 축원했다. 그 염원을 들어줄 하늘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예 지척인 지상으로 불러내렸다. 내눈으로 확인하고 내손으로 만지고 내발로 가고싶은 마음에 성주와 칠성을 이 땅에 불러온 것이다. 성주의 뜻을 이행하고자 거서간을 내세우고 은자를 손에 쥐어주며 땅의 경영을 맡겼다. 성주를 지상에 끌어내린 곳이 성주봉이요 칠성님을 모신 산이 칠봉산이다. 거서간이 성주와 칠성의 뜻을 받들어 은자를 사용해 하늘 닮은 세상을 만들었으니 은자산이 이를 말한다. 상주에 전해오는 옛 가요로 대표적인 것이 성주풀이와 공갈못노래가 있다. 성주풀이 일절은 낙양성에 펼쳐진 무덤을 소개하며 인생무상을 노래하고 이절은 사냥꾼과 비둘기사냥을 통해 생명존중을 나타낸다. 삼절은 무상한 삶에 집착말고 생명을 사랑하면서 달 밝은 경천호수에서 인생을 즐기자는 내용이다. 성주봉 상주한방단지와 도로를 경계로 맞은편이 칠봉산 올라가는 초입이다. 칠봉산 찬 공기와 맑은 계곡물이 산행길 사람들의 번뇌를 시원하게 씻어준다. 계곡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펀펀한 지형이 드러나고 뒤로는 기암절벽이 솟아있다. 앞으로는 성주봉을 바라보고 좌우로는 계곡물이 간헐적으로 소리를 내면서 흘러간다. 서북쪽 먼 하늘이 시원하게 뜷려있고 1000여 평 땅 바닥에는 두툼한 기와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아마 신라 고려 때는 제법 규모있는 절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산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기암들이 수천년의 세월을 견디면서 풍화되고 뼈대만 드러내고 있다. 아래를 내려보면 사바세계의 모습이 천변만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맞은편 성주봉의 웅장한 자태도 수시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멀리 은자산이 나지막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600여 미터의 칠봉산 정상에 오르면 뒤쪽으로 황령사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 옆으로 신작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 옛날 홍지대사가 이곳에서 궐기해 몽고장군 자랄타이를 물리친 곳이 백화산성이다. 황령사 옆으로 신작로를 개설한 것은 명산대찰의 혈맥을 잘라놓은 형태로 안목없는 중이 근시안으로 개설한 것으로 짐작된다. 칠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상주지형은 웅혼하기 비길데 없다. 삼장사라 불리는 갑장사 남장사 북장사를 갑장산 노음산 천봉산이 빙 둘러싸고 있다. 삼국시대 초기 군사 행정의 요충인 고녕가야를 두고 오정산 제악산 비봉산이 에워싸고 낙동강이 남북으로 교통한다. 내륙으로 재천의 성지인 은척을 중심으로 성주봉 백화산 청화산이 신장처럼 에워싸고 있다. 상주가 이 땅의 웅주거목으로 역사에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낙동강을 낀 고녕가야와 제천의 성지로싸 은척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현재 상주와 함창과 은척은 또 하나의 솥발로써 상주울타리를 지탱하고 있다. 상주는 신라이래 구한말까지 전국 5대도시로 우리역사에서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 언저리에 은척의 칠봉산과 성주봉이 있으며 은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수만년 살아오면서 조상들의 희구와 신앙이 이어져 오면서 지명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죽었어도 칠성판을 깔고 누울만큼 칠성과 인연이 깊으며 칠봉산과 성주봉은 면면히 이어져 오는 우리 내면의 탯줄이다. 함창 고녕가야역사회복이 하루빨리 이뤄지면 칠봉산과 성주봉의 숨겨진 기상이 되살아나며 웅주거목의 진면목을 한껏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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