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려가면서 사라지는 비누의 성질을 가졌다거품을 내면빈방에 향기가 가득하다장미의 언어로 자장가를 부르며깊고 아름다운 잠에 들기도 한다사라지는 장미를 간직한슬픈 동물들자신을 희생하면서무수한 표정들을 닦아 준다어둠을 밝혀주는촛불 같은 운명을 따라 걸어가면분홍 장미가 피던 꿈이 열린다오늘도 조금씩 소멸하는 비누물의 울음을 간직하고하늘을 본다움켜쥐고 아껴가며주름을 이루는 얼굴이거울 속에 보이고먼저 사라져간어머니의 세계도 보인다닿을 수 없는아득한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들꽃으로 피더니거품처럼 반짝인다별의 문장으로 사라진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비단 비누뿐일까. 자신을 소멸시키며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자연 속에서 ‘사라지는 세계’를 바라보며 말을 잃는다. 사라짐으로 인간에게 남겨지는 것들이 섭리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하고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많다.바다의 밀물과 썰물 그리고 파도가 그냥 밀려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하늘의 푸른색이 아무러하게 비춰지는 색이 아닌 것처럼, 세상이 움직여지는 일에는 ‘소멸’과 ‘사라지는 일’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으려고 ‘집착’하는 인간의 심사(心思)에 자연은 원칙을 세우기도 한다. 수명(壽命)을 정해 놓은 것. 사라짐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준 것이다. 그 기회를 잘 쓰고, 이롭게 사라지는 일에 몰두해 볼 일이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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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매일신문

<詩境의 아침>사라지는 세계/ 이시림..
오피니언

<詩境의 아침>사라지는 세계/ 이시림

경상매일신문 기자 gsm333@hanmail.net 입력 2022/08/04 21:30

우리는 달려가면서 사라지는

비누의 성질을 가졌다
거품을 내면
빈방에 향기가 가득하다
장미의 언어로 자장가를 부르며
깊고 아름다운 잠에 들기도 한다
사라지는 장미를 간직한
슬픈 동물들
자신을 희생하면서
무수한 표정들을 닦아 준다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 같은 운명을 따라 걸어가면
분홍 장미가 피던 꿈이 열린다
오늘도 조금씩 소멸하는 비누
물의 울음을 간직하고
하늘을 본다

움켜쥐고 아껴가며
주름을 이루는 얼굴이
거울 속에 보이고
먼저 사라져간
어머니의 세계도 보인다
닿을 수 없는

아득한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들

꽃으로 피더니
거품처럼 반짝인다
별의 문장으로 사라진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박모니카 수필가

비단 비누뿐일까. 자신을 소멸시키며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연 속에서 ‘사라지는 세계’를 바라보며 말을 잃는다. 사라짐으로 인간에게 남겨지는 것들이 섭리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하고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많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 그리고 파도가 그냥 밀려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하늘의 푸른색이 아무러하게 비춰지는 색이 아닌 것처럼, 세상이 움직여지는 일에는 ‘소멸’과 ‘사라지는 일’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으려고 ‘집착’하는 인간의 심사(心思)에 자연은 원칙을 세우기도 한다. 수명(壽命)을 정해 놓은 것. 사라짐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준 것이다. 그 기회를 잘 쓰고, 이롭게 사라지는 일에 몰두해 볼 일이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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