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정상동에 사는 강모(47)씨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택시기사다. 그러나 메르스로 온 나라가 비상사태를 맞아 떠들썩할 때 그의 행동은 남달랐다.
그는 지난 1일 손님을 태우고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다. 당시에는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평택의 확진환자가 경주로 이송되는 등 야단법석이었지만 정부가 병원을 밝히지 않아 관련정보가 크게 부족한 때였다.
뒤늦게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공개되자 강 씨는 7일부터 운전대를 놓았다.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1일부터 혼자 계산해 메르스 잠복기간 14일이 지난 뒤 지난 15일부터 다시 운전에 나섰다.
말은 쉽고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이렇게 스스로 지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보다 앞서 지키고 학생이나 시민들에게 예방수칙을 전해야할 포항의 고등학교 교사나 대구 남구청 공무원은 증상이 있으면서도 수업에 임하고 이곳저곳 목욕탕까지 다녔다.
관계당국은 구체적인 접촉자 숫자 파악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전염병은 진원지를 알아도 방어하기가 쉽지 않는데 확진자의 동선이 복잡하고 접촉한 사람이 많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의심나면 관계당국에 알리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강 씨는 자가 격리기간에 영업을 하지 않아 보는 손해보다 메르스가 확산될 경우 손님이 아예 없을 수 있어 운행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멀리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강 씨처럼 양심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시민의식이 아니겠는가?
또한 메르스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군위군청은 대구경북혈액원과 헌혈 약정식을 갖고 1년에 2회 정기적으로 군청직원 모두가 헌혈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 김영만 군수를 비롯해 직원 48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최근 메르스로 인해 단체헌혈이 취소되자 대학생들의 참여도 잇따랐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136명, 경일대 62명, 영남대 27명의 학생이 헌혈에 동참했다. 또한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 348명도 단체헌혈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시민의식이 실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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