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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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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의 고장’으로 유명한 울진은 매년 이른 봄이면 ‘울진대게’의 펄떡거리는 기운으로 넘쳐난다. 쭉쭉 뻗은 다리에 마디마디 관절이 있는 모양은 대나무와 흡사하다고 해서 대게라 불린다. 울진대게는 붉은 대게나 참게, 털게 와는 달리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맘때이면 전국 최고의 명물인 울진대게(박달게)가 대나무처럼 미끈하고 잘생긴 모습으로 왕돌초를 중심으로 한 울진 앞바다에 몰려든다.
◈ 후포항은 울진대게 본고장 = 울진대게의 본 고장 후포항은 2월 29일부터 3월4일까지 닷새간 ‘울진대게축제’가 펼쳐지면서 일상을 폭발시키는 ‘신명의 해방구’로 탈바꿈한다.
올해로 열한 번째인 ‘2012울진대게·붉은대게축제’는 짧은 개최 횟수에도 불구하고 ‘안동탈춤페스티벌’이나 ‘청도소싸움축제’와 함께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성공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해를 거듭하면서 종전의 관 주도에서 탈피, 민간주도로 그 운영방식을 대폭 전환했다. 축제를 치르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게축제의 차별성을 위해 민ㆍ관이 어울려 ‘울진대게축제집행위원회(위원장 임추성)’를 구성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집행위에는 후포수협을 비롯해 후포면번영회, 후포면청년회 등 10여개의 관련 단체가 참여했으며, 그동안 행사주최였던 울진군은 행정지원 역할을 맡았다. 울진교육청과 울진경찰서는 성공 개최를 위한 후원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 또한 대게축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금까지 분리해 개최해 오던 울진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울진대게축제’와 ‘울진붉은대게축제’를 하나로 묶은 개최함으로써 변별력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울진대게의 자원보호와 고품질의 관광 상품화를 꾀하기 위해 어민들이 생계의 유혹을 뿌리치면서 보여준 대게잡이 조업기간 단축 의지. 관련 규정상 11월부터 조업이 가능하지만 어민들은 자율적 합의로 지난 2002부터 조업기간을 한 달간 늦춰 12월부터 대게잡이에 돌입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울진 어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수산자원보호령을 개정해 조업시작을 한 달 늦췄다.
그 결과 11월부터 조업에 나선 다른 지방에 비해 울진대게는 고품질과 고가격을 유지하는 소중한 결실을 맺어 소비자로부터 울진대게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대게의 원조는‘울진’이란 사실 불변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는 ‘울진대게 원조’마을이다. 지방자치체 실시 이후 ‘원조’라는 용어 사용이 부쩍 늘어, ‘원조’라는 용어에 대한 신뢰도가 신통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원조’논쟁은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일조를 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대게철만 돌아오면 울진을 비롯한 동해안에서는 원조논쟁이 어김없이 벌어진다. ‘대게’를 둘러싼 울진군과 영덕군 사이의 원조논쟁이 그것이다. 흡사 통과의례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울진군은 원조논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소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모적 논쟁 대신에 울진군민들은 세계적인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는 ‘울진대게’의 변별력을 되찾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먼저 ‘울진대게’의 본래 이름인 ‘박달게’를 되찾기로 했다.
‘울진대게’는 고문헌에 ‘자해(紫蟹)’ 또는 ‘죽해(竹蟹)’로 표기돼 있다. 또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박달게’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등 관찬사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게 생산 현장과 후포·죽변항 등 울진의 크고 작은 항구에서 구전되고 있는 설화적 자료와 실제 대게잡이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증언을 통해 울진지방에서 현지 어민들은 대게를 ‘박달게’로 부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존하는 어로민속적 자료와 민간신앙 등에서 대게는 ▲형태적 측면에서 대게 다리 모습이 대나무(竹) 마디를 닮은 데서 대게로 불리고 ▲동해안 어촌에서 큰 명절로 여기는 영등신앙의 신격으로 대게가 등장하고 있는 점 ▲대게 중에서도 크고 잘생긴 것을 ‘박달게’로 불리고 있다.
‘박달’은 ‘크다’, ‘단단하다’, ‘처음’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로서 이와 관련한 실례는 한반도 생성설화인 ‘태백산 신단수 박달’과 신라 도읍인 경주의 옛 지명이 ‘새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울진지방 어민들이 ‘크고 단단하고 잘 생긴 대게’를 ‘으뜸’과 ‘처음’의 뜻을 지닌 ‘박달’을 차용해 ‘박달게’라 부르는 데서도 대게의 주생산지가 울진지방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특히 ‘울진박달게’의 주산지로 확인된 평해 ‘거일’은 마을형국이 ‘게의 알’을 닮은 데서 명명된 ‘게알’, ‘기알’에서 어휘 전승된 점과 아직도 나이 드신 어른들 사이에서는 ‘거일’보다는 ‘게알’로 더 친숙하게 불리고 있다. 조선 선조대 영의정을 지낸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1539~1609년) 선생이 시에서 거일리를 ‘해진(蟹津)’, ‘해포(蟹浦)’로 기록한 데서 옛 부터 이곳이 대게의 주요 생산지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역사·문헌적 자료와 구전자료 등을 토대로 대게의 주생산지가 일찍이 고려조에서부터 현재까지 울진지방임이 재확인됨에 따라 울진군은 평해 거일리를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대게의 본래 우리말인 ‘박달게’를 울진대게의 고유이름으로 사용키로 뜻을 모아 ‘박달게’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복원시키기로 했다.
또 울진대게의 주생산지가 ‘고포미역’으로 이름 난 울진 북면 고포에서 최남단 후포까지 육지를 따라 바다 속에 남북으로 뻗어 있는 ‘왕돌초(짬)’ 일대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학계를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 근거로는 한국해양연구소 측의 울진 동해 왕돌초에 대한 학술조사에서 왕돌초 일대가 대게의 서식지로 확인된 사실을 들 수 있다.
‘짬’은 바다 속에 형성된 바위군락을 일컫는 울진지방의 방언으로 자연산 미역을 비롯한 어족자원의 서식지다.
최근 왕돌초는 해양학계와 지자체로부터 해양자원 보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으로 경북도 그리고 울진군, 포항공대 등 관련기관에서 공동으로 뛰어난 해양생태계 자원을 배경으로 해양생명과 환경산업을 주제로 한 ‘해양테크노파크 단지 개발’의 메카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울진군은 울진의 최대 해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왕돌초를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10여 년째 왕돌초 인근해역에 버려진 침체어망 인양작업을 실시하는 등 해양환경 정화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한편 ▲치어방류사업 ▲전국 규모의 왕돌초 수중사진촬영대회 개최 등 친환경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울진박달게’의 주산지인 평해읍 거일마을에 오면 동해를 헤치며 뭍으로 오르는 ‘잘생긴 박달게’를 만날 수 있다. ‘울진박달게 유래비’가 그것이다.
몇 년전 울진군은 거일마을에 이어 관동팔경 중 가장 뛰어난 풍광을 자랑했던 ‘망양정’이 위치한 기성면 망양리 일원 백사장에 ‘울진 박달게’ 상징물을 배치한 친수공원을 조성했다.
흰 거품을 쏟으며 뭍으로 내달으는 파도의 갈기를 타고 푸른 물을 툭툭 털며 박달게가 기성 망양마을 앞 뭍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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