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앞을 운전해 지나가다 보면 포항의 명소 ‘Park1538’을 만난다. 1538의 의미가 궁금해 기자가 알아보니, 철이 녹는 온도라고 한다. 그만큼 철을 녹이는 일은 포스코 하면 대중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이자 대표 얼굴과 같은 업무인 것 같다.
포스코에는 철이 녹는 뜨거운 현장 속에서,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제선부 직원들이 있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용선을 공급해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이들은 묵묵히 제철소의 심장을 지켜내고 있다.
8년차 엔지니어 이승희 과장은 그 치열한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발로 뛰며 문제를 찾아내고, 딥러닝 기술을 도입해 연간 31억 원의 원가절감 성과를 이뤄내는 등 제선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엔지니어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저는 포항제철소 제선부 기술개발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 이승희입니다. ‘16년 8월 포스코에 입사한 후, 같은 해 11월 제선부에서 근무하게 되어 현재는 기술개발섹션 내 제선공정 소그룹 리더로 일하고 있습니다.
△담당하고 계신 업무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우리가 매일 접하는 철(Fe)은 원래는 ‘철광석’이라는 광물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제가 속한 제선부는 이 철광석에서 철을 꺼내어 약 1,500℃ 수준의 고온의 쇳물로 만든 후 ‘용선’이라는 반제품 형태로 가공하여 후공정으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제선부 안에서 원료, 물류, 생산/품질 관리 등을 담당하고 그 중에서도 포항제철소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4고로의 생산/품질 관리를 메인으로 맡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포항제철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며 철의 생산 원가를 낮추고자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입사를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학창시절 때부터 제가 본 포스코는 친환경, 고효율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하는 글로벌 No.1 철강 회사였습니다. 그에 따라 저는 대학 입학 시 포스코라는 멋진 회사를 생각하며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반도체보다는 철강에 매력을 느껴 재료/금속을 전공으로 택하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포스코 스칼라쉽’ 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는데요, 대학교 3학년때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여름방학 동안 포항과 광양에서 각 1달씩 인턴교육을 받게 되면서 포스코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철소 다양한 부서에서 현장 교육을 받으며 거대한 설비들을 직접 보게 되니 세계 최고 철강 기업의 위상과 업적을 몸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 과정에서 만나 뵙는 엔지니어, 직책자 분들 모두 맡은 일에 대한 열정과 포스코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요, 이 분들의 모습을 미래의 나에게 투영시켜보니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야말로 가슴이 시켜서 입사를 결심한거죠(웃음). 지금도 그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위 ‘제선인’ 들 사이에는 끈끈한 동료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선인’이란 어떤 사람들이며, 또 무엇이 서로의 동료의식을 깊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말씀드린 것처럼 제선인은 제철소의 최전방에서 후공정으로 안정적으로 용선을 공급해주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제선인들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후공정이 전부 멈추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겁니다. 때문에 저희 제선부 직원들은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하기에 저희 모두는 제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24시간 365일 용선을 보내주어야 하기에 어쩔 땐 밤도 지새우며 안정적인 공급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들은 제철소 최전선에서 안정적 용선공급이라는 사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전우애 같은 것이 피어난 것 같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묵묵히 응원하고 도와주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잡혀 있는 것을 느낍니다.
△사원부터 과장까지 근무해오며 애사심도 깊어졌을 것 같습니다. 회사 자랑을 한번 해주신다면요?말씀처럼 저는 포스코인으로서 큰 자부심과 애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모든 직원이 함께 발전하고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데요, 덕분에 누구나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주변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Top-Down 형태로 상급자가 정해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방향이었다면, 지금은 Bottom-Up 방식으로 문제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개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저희는 보다 창의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고, 주도적으로 일한 만큼 회사 역시 합당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8년간 일하면서 느낀 우리 회사의 최대 장점은 ‘스마트’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눈으로 귀로 손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설비관리, 조업관리를 해왔으나 지금은 최신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감이 아닌 Data로 일을 하고,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설비와 조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IT 기술 도입은 투자와 유지관리에 많은 비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 직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사람도 설비도 똑똑한 포항 제철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직원들에 대한 여러 후생•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장님께서도 특히 애용하고 계신 제도가 있으실까요?제 가장 큰 즐거움은 주말에 여행을 다니는 건데요, 그래서 포스코의 여러 복지 제도 중 ‘사내외 숙소 예약’을 자주 이용합니다. 회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내 수련원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여 저의 최애 장소이고, 사외 숙소 또한 평소에는 비싸서 가기 어렵지만 회사 복지제도를 이용한다면 쏠비치, 한화리조트 등 다양한 호텔을 특별 할인가로 즐길 수 있어 정말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면 부모님께서도 아들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음을 실감하시고 저도 효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로는 제가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회사 체육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저에겐 큰 장점입니다. 최고급 시설에서 동료들과의 풋살, 축구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일을 마친 후 동료들과의 소통하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또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셨던 순간을 말씀 부탁드립니다.저희 팀장님께서는 ‘엔지니어는 과제로 통하고, 과제로 말을 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저도 과제로 말을 하기 위해 현장에 가장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과제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리 초반 시절 어느 날 원료공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제가 적용했던 과제가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엔지니어로서 상실감을 느끼고 며칠을 가슴 아파했었는데 그때가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당시 아픔이 오늘날의 저를 더 나은 엔지니어로 만들어주고, 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데 기반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반대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때는 과제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어 공장의 실적도 좋아지고 더불어 직원분들의 웃음을 볼 때인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는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제 과제로 인해 보다 편하고 안정적으로 조업 관리를 하실 때 제일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과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과제를 하나 꼽아주신다면요?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생산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했던 과제가 하나 생각납니다. 제선부 내에는 소결공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원료로 사용하기 적합한 크기의 소결광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소결광의 크기와 품질은 생산, 품질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24년 당시 소결광 크기의 편차가 증가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인을 조사해보니, 원료 표면에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이 고르게 붙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이 불을 붙이는 장치(버너)는 10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는데, 각 버너의 불 세기를 일일이 작업자가 감으로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세한 조정이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자동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료 표면의 온도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 영상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불이 고르게 붙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소결광의 크기를 훨씬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었고, 불을 붙이기 위해 사용되던 가스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연간 31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이 공로로 포항제철소장의 포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장님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제선 꿈나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제선부는 제철소의 최전선이며 모든 공정의 시작점입니다. 제선이 흔들리면 제철소가 흔들립니다. 제선이 없으면 제철소도 없습니다. 그만큼 제선부는 제철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하나이며 제선인은 가장 중요한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타 공장 대비하여 관리 지역도 넓고 설비도 크고 고로라는 특수한 공장이 있기 때문에 제선인은 보다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조금은 힘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꿈을 펼칠 기회가 많이 있어, 어느 순간 이전의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진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선 꿈나무 분들에게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성장해 나가고 있을 테니 포항제철소 제선부에 오시게 된다면 우리 함께 즐겁게 일해봅시다!
△앞으로의 포부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저의 엔지니어로서의 좌우명은 “‘현장에 필요한 엔지니어’가 되자.” 입니다. 엔지니어는 현장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든 설비에는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윤활유가 없으면 멀쩡하던 설비도 삐그덕거리게 되죠. 더 편하고,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매의 눈으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 꼭 필요한 윤활유 같은 엔지니어가 되도록 노력하겠으며, 마지막으로 제선부 어느 공장에 가던 “‘이승희 과장은 우리 공장에 정말 필요한 엔지니어’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엔지니어로서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제가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부장님, 리더님 그리고 선후배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제선부 엔지니어로서 선배에겐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로, 후배에겐 믿음직스러운 선배가 될 수 있게 항상 노력하겠습니다.끝으로 항상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포항 제선부 파이팅!
△프로필 - 성함 : 이승희- 직책/직급 : 일반 / 과장- 학력 : 대졸 학사- 생년월일 : 1991.08.09- 근속연수 : 8.09년 (’16년 08월 22일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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