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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매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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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부산시립의료원에서 치른 고 서성호대원의 영결식에 다녀왔다.
지난 5월 20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무산소로 등정하고 내려와 캠프4(8,050m)에서 잠들어 깨어나지 못한 채 영면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산에서 생을 마감하는 산악인의 죽음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게 인간의 한계(限界)다. 과연 어디까지가 끝일까? 아무리 헤집어 봐도 뚜렷한 답이 없다.
이번에 고인이 된 서성호 대원과 함께한 8,000m급 14좌를 무산소로 완등한 예천출신 산악인 김창호 대장의 경우 세계에서 최단기간(7년10개월6일)만에 14좌를 무산소로 올랐다.
김대장 보다 앞선 폴란드의 예지쿠크츠카 보다 1개월 8일을 앞당긴 기록이란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이다.
‘무산소등반’이라는 의미가 일반 등산객들에게는 언뜻 와 닿지 않는 생소함이 있겠지만 8,000m급 고산에서는 산소의 농도나 기압 등이 산 아래 지상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극지(極地)이며 기온 또한 영하 4,50도를 넘나드는 인간이 생존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환경이 그곳이다.
그러한 극한지대를 별도의 산소 공급 없이 자력으로 오르는 것을 ‘무산소등반’이라 부르며 이는 인간의 한계(限界)를 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는 그러한 한계를 넘은 8,000m 14좌 무산소 등정자가 김창호 대장을 포함해 무려 14명이나 존재 한다니 가히 그 한계점이 정말로 모호할 뿐이다.
고산등반세계에서는 8,000m급 고산은 ‘신(神)의 영역(領域)’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인간이 범접하기에는 어려운 곳임을 말한다. 신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신의 영역’을 향해 무한정 도전 하는 게 또한 인간이다. 이번에 일어난 서성호대원의 죽음 또한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이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미 그는 8,000m 11개봉을 무산소로 올랐던 경험을 갖고 있었다. 12번째 봉우리를 등정하는데 너무나 많은 기력을 소모한 것이다. 그것으로 한계가 가려진 것이다.
연이어 일어난 ‘2013 한국 칸첸충가 원정대’의 박남수 등반대장의 죽음 또한 인간한계에 도전한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세계3위봉 칸첸충가(8,586m)를 오르는데 22시간이란 시간을 소비한 박대장에게 남은 건 600여m를 내려오는 기력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박대장과 함께 오른 김홍빈 원정부대장은 세계가 알아주는 장애 산악인이다. ‘91년 북미 최고봉 메킨리(6,194m)봉 단독등반 때 동상으로 열손가락 모두를 잃고도 현재까지 8,000m 고봉 8개봉과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다 오른 세계적 인물이다.
‘김창호와 서성호’, ‘김홍빈과 박남수’ 이들에게는 인간의 한계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이번 김창호 대장의 무산소등정은 ‘From 0 to 8848’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인도 뱅골만 해안 표고 0m에서 카약으로 156Km, 자전거로 893Km, 도보 트레킹으로 162Km를 거쳐 정상 8,848m 까지를 오른 것이다.
도대체 산악인들은 왜 이렇게 기를 쓰고 고산을 오르려 할까?
인간의 한계를 가늠하지도 못하면서 죽음의 문턱으로 내 닿는 걸까?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알피니즘이라는 모험은 아주 주관적인 무형의 가치와 자아실현을 추구 하는 것”이라고.
자아실현의 중독성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쯤은 되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한계의 끝점을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상이 종착점이 아니며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이 성공적인 등산이다”고 남원장은 강조한다.
그렇다. 고산 등반자에게는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목표가 필요하며 한계를 뛰어넘지 않는 ‘진정한 용기’ 또한 필요하다.
잇따른 고산등반가들의 사고가 자칫 산악인의 오만과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우리 산악인은 명심하여야 한다.
무모한 도전은 반드시 화(禍)를 불러온다는 평범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자연을 극복하고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의 순수한 도전정신이 훼손되지 않고 등산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유명을 달리한 고 서성호 대원과 고 박남수 대장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경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 김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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