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최근 적극 추진중인 ‘포항문화재단’ 설립을 앞두고 시립예술단 산하 3개 단체 수장들의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 차원 높은 문화재단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포항시립예술단의 상임지휘자ㆍ연출자가 공석인 단체는 시립교향악단, 시립연극단, 시립합창단 등 3곳이다.
포항시립예술단의 맏형격인 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상임지휘자 없이 1년 반 가까이 표류 중이다.
특히 포항시향은 지난 2013년 이현세 상임지휘자가 임기 6개월 가량을 남겨두고 광주시향으로 옮기는 바람에 1년간 객원체재를 유지하고 있고, 올 초 공모를 통해 상임 체제를 시도했지만 후보 자질논란 등으로 연기된 바 있다.
시립연극단 역시 지난 2013년부터 상임연출자를 공석으로 두고 객원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시립합창단의 공기태 상임지휘자가 청주시립합창단으로 이동하면서 3개 단체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되는 포항 문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포항시가 문화융성을 핵심으로 올해를 문화도시 원년으로 내세운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다 이강덕 포항시장의 문화 공약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의 경우 임기를 모두 채우지 않고 포항을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연봉 등 처우와 관련해 보다 나은 조건으로 옮기기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시는 근로 여건과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임기는 지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법적 강제력을 수반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현재의 ‘위촉방식이’아닌 ‘계약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
포항시립예술단 3개 단체의 수장이 장기간 공석 사태가 이어지자 각종 문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포항시향은 상임지휘자가 악단 발전을 위해 연간 프로그램 또는 시리즈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전혀 없어 지역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국내 대표 교향악단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최고 실력의 협연자들이 함께 꾸미는 국내 최대의 클래식 음악축제인 ‘교향악축제’에 포항시향은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하면 축제 여건 상 상임지휘자가 없으면 초대받지 못하는 관례상 포항시향은 수년 간 교향악축제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등 ‘문화예술계 미운오리 새끼’로 취급받아 포항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포항시립연극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삼일 상임연출가의 임기 당시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비롯 유료관객 3만명 돌파, 1억2천여만원의 수입 등 전국 3대 국공립극단 대열에 합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김삼일 상임연출가의 임기가 종료되자 객석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한 객원연출가의 인맥에서 또 다른 동료나 후배를 객원연출로 추천하는 등 전혀 새롭지 않은 객원체재를 유지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색다른 연출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립예술단 3개 단체장의 공백기가 유독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역 문화계 수장의 장기 공백 사태를 두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개채용 방식에 있다는 것.
더불어 단원을 비롯한 상임지휘자ㆍ연출자의 연봉이 타 시군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도 이같은 장기 공백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민 백모(38)씨는 “포항시립예술단을 이끄는 핵심 수장도 없는데 무슨 문화재단 설립이냐”며 “포항시가 공채를 고수하는 것을 벗어나 더 많은 연봉을 주고서라도 공신력 있는 리더를 하루 빨리 데려와 포항시립예술단만의 컬러를 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