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남보라 색 붓꽃이 피었다 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 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 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청년은 그것 보란 듯 반색하고 어머니는 한 시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여 다행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생각은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기성복’이란 이미 다 만들어진 옷이란 뜻이고, ‘기성세대’란 자기 틀이 완고하게 갖춰진 세대라는 뜻이다. 나이든 사람들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다. 아마 이 모자는 내일도 여전히 이 문제로 설왕설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모자는 순례길에서 이 문제의 접점을 찾고자 했을지 모른다.
눈 내린 산길 혼자 걷다보니 앞서 간 짐승의 발자국도 반가워 그 발자국 열심히 따라 갑니다 그 발자국 받아 안으려 어젯밤 이 산 속엔 저 혼자 눈이 내리고 외롭게 걸어간 길 화선지에 핀 붓꽃만 같습니다
LU-633 도로를 따라 5분쯤 내려가자 아까 그 여성 라이더 둘이 내리막길에 속도를 내고 달려가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의 청춘도 저와 같이 신나는 질주가 되기를 빌어본다. 이제 내려가는 일이 남았다. LU-633도로와 헤어져 싱그러운 초목 사이로 난 흙길로 접어든다. 앞서가는 유럽 남자 둘을 추월하며 속도를 높인다. 모처럼 시원한 질주다. 그런 내 옆으로 스윽 지나쳐 가는 순례자가 있다. 키가 나와 거의 비슷한 젊은 여성이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다. 거의 워킹 머신이다. 그녀의 엄청난 속도 앞에 내가 너무 소박해져서 맥이 풀려 버릴 지경이다.
트리아카스텔라로 출발하는 이튿날 아침이 꽤 쌀쌀하다. 배낭 어깨끈에 묶어 두었던 얇은 조끼를 풀어 입어도 소용없다. 얇은 반장갑을 낀 손이 시리다. 폴대를 옆구리에 끼고 입김을 호호 불며 시린 손을 달래 봐도 역시 별무소용이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모욕,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모든 행동을 지칭한다.
나는 물이라는 말을 사랑 합니다 웅뎅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개울이라는 말을 사랑 합니다 샘이나 늪 못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강이라는 말도 사랑 합니다 바다라는 말도 사랑 합니다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라도 아름답다 논밭을 갈며 한 뼘 한 뼘 땀 흘려 나아가는 농부의 길// 새벽녘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이름 없는 청소부의 총총대는 발길
초등학교가 개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학교가 몰려 있는 시내권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노란색 표시를 한 어린이 통학버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 매년 관계부처 합동 통학버스 점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를 운영하는 시설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운전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민들레 씨앗처럼 훅 불면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그 여자 벚꽃이 필 때면 고요한 미소로 꿈을 꾸는 듯한 그 여자
주69시간 노동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근로자라는 말도 언어도단이다. 해마다 2천만 노동자의 절반은 ‘노동절’이라며 자주적으로 쉬지만, 공무원 등 절반은 ‘근로자의 날’이라며 종속적으로 근무하라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창피한 후진국이다. 기본을 지켜야 선진국이 될 텐데 왜 이렇게 노동의 가치를 왜곡시키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절문을 나서는데 앞서가던 아낙네 뒤돌아 합장하고 경배하기에 내가 부처인 줄 알았노라
경제학 이론 중 제도주의(institutionalism)에 따르면 국가의 흥망은 제도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지리적 환경이나 자원이 비슷한 대한민국과 북한, 서독과 동독의 흥망을 그 예로 들곤 합니다. 국가 제도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법조인 선발 및 양성 제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법조인의 선발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서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집안 배경이나 재력에 관계 없이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될 수 있고, 강도 높은 교육 과정을 통해서 법리와 실무에 정통한 법조인 양성이 보장되는 법조인 선발 및 양성 제도는 국가 발전의 초석이라고 할 것입니다.
텅 빈 레스토랑에 <돈데보이>가 울려 퍼진다. 나는 지금 나만을 위한 콘서트 장에 앉아 있다. 감미로운 듯 애조 띤 선율이 목젖을 아리게 한다. 기분 좋은 비극미가 온몸을 감싸고 돈다. 삼계화택(三界火宅)을 벗어난 노지(露地)나 선계(仙界)에 앉아 있는 기분마저 든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이대로 있고 싶다.
춘분이 지나고 완연한 봄 날씨가 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한 나들이 인파가 늘어나는 만큼 춘곤증으로 인한 졸음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요구된다.
황금측백나무는 책꽂이 형식 그 앞에 서면 마치 서재 같다는 생각, 제목만 보여주는 가지런한 책들처럼 줄기에 수직으로 꽂힌 납작한 이파리들 모두 측면이다
‘별난 것’ ‘부정적’인 것에 대한 터부는 매우 파쇼적이다. 권력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이런 것이다. 비판의식 없이 남들의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들은 권력자의 노리개가 되거나 백치로 살아가게 된다. 세상의 단순무지한 자들이여, 부디 저런 저급한 말에 딸려가지 마라. 다시는 ‘물병에 물이 반 남았을 때 부정적인 사람은….’ 따위의 진부하고 멍청한 소리를 늘어놓지 마라. 부정적인 사람은 반만 남은 물을 아끼고, 미리 대책을 세우지만 당신들이 신봉해마지않는 긍정적인 사람은 끝까지 ‘저에게는 아직도 한 방울의 물이 남아 있습니다!’하고 누워있을 것이다.
대낮 등산로에 들쥐가 나타났다. 기겁을 하는 아내에게 쥐 따위에 무슨 호들갑이냐 했다. 그녀는 말했다. 쥐가 싫은 게 아니고 쥐꼬리가 싫다고, 순간 내 등허리가 텅! 온몸에 오살났다.
나는 그의 의도와 행동은 혐오하지만 그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의 위선과 가식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교언영색은 땅의 이치를 깨우쳤으니 부디 명주 고름 같은 말로 타인을 현혹한 후 상처 입히는 일은 이제 그만 두기를, 나를 끝으로 더 이상 그의 천부적인 야비다리치기에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