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자르로 떠나는 아침이 어수선하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많은 순례자들이 무리지어 걷는다.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걷는 모습도 보인다. 문득 사리아에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100여 킬로미터만 걷는 단체 순례자들이 많다는 말이 떠오른다. 산티아고의 순례자 사무소에서 마지막 100여 킬로미터만 걸어도 완주 증을 주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2023년 4월 드디어 방산혁신클러스터 구미 지정이 확정되었다. 삼고초려 끝에 얻은 과실이라 더욱 애착과 기쁨이 클 수밖에 없다. 능력․체력이 좋아서일까, 팀웍․네트워크가 탁월해서일까, 근면함과 꾸준함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커서일까?
손을 기다리는 건 어제 새로 깎은 연필, 내방문의 손잡이,
빨랫줄처럼 안마당을 가로질러 꽃밭 옆에서 세수를 합니다, 할머니는 먼저 마른 개밥 그릇에 물 한 모금 덜어주고 골진 얼굴 뽀득뽀득 닦습니다.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에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기합(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작은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사나이를 고요히 지나치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한 사나이와 나무와 허공을, 딱따구리와 저녁바람과 솔방울들은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骨多孔症)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통과시켜 주고도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청명(淸明)을 지난 산과 들에는 매화, 산수유, 진달래, 벚꽃 등이 만개(滿開)하여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농촌 들녘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손길이 바빠졌고 도시에 사는 직장인은 주말이면 힐링을 위해 야외 캠핑과 나들이에 한창이다. 직장인의 회식, 농부의 새참, 캠핑장의 한잔은 운전자라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OECD 국가중 2.1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를 ‘저출산 국가’로 분류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1983년 2.06명으로 저출산 국가대열에 합류를 하더니, 2001년 1,17명으로 초 저출산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아침, 화창함 기온속에서 제30회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신라 천년 유적과 보물, 숨결이 살아 있는 경주. 꽃향기 가득 엑스포 광장을 출발하면 생동하는 봄을 축하라도하듯 천군로 산모퉁이로 이어지는 활짝 핀 벚꽃, 개나리 진달래,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합니다.
매미가 운다 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남보라 색 붓꽃이 피었다 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 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 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청년은 그것 보란 듯 반색하고 어머니는 한 시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여 다행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생각은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기성복’이란 이미 다 만들어진 옷이란 뜻이고, ‘기성세대’란 자기 틀이 완고하게 갖춰진 세대라는 뜻이다. 나이든 사람들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다. 아마 이 모자는 내일도 여전히 이 문제로 설왕설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모자는 순례길에서 이 문제의 접점을 찾고자 했을지 모른다.
눈 내린 산길 혼자 걷다보니 앞서 간 짐승의 발자국도 반가워 그 발자국 열심히 따라 갑니다 그 발자국 받아 안으려 어젯밤 이 산 속엔 저 혼자 눈이 내리고 외롭게 걸어간 길 화선지에 핀 붓꽃만 같습니다
LU-633 도로를 따라 5분쯤 내려가자 아까 그 여성 라이더 둘이 내리막길에 속도를 내고 달려가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의 청춘도 저와 같이 신나는 질주가 되기를 빌어본다. 이제 내려가는 일이 남았다. LU-633도로와 헤어져 싱그러운 초목 사이로 난 흙길로 접어든다. 앞서가는 유럽 남자 둘을 추월하며 속도를 높인다. 모처럼 시원한 질주다. 그런 내 옆으로 스윽 지나쳐 가는 순례자가 있다. 키가 나와 거의 비슷한 젊은 여성이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다. 거의 워킹 머신이다. 그녀의 엄청난 속도 앞에 내가 너무 소박해져서 맥이 풀려 버릴 지경이다.
트리아카스텔라로 출발하는 이튿날 아침이 꽤 쌀쌀하다. 배낭 어깨끈에 묶어 두었던 얇은 조끼를 풀어 입어도 소용없다. 얇은 반장갑을 낀 손이 시리다. 폴대를 옆구리에 끼고 입김을 호호 불며 시린 손을 달래 봐도 역시 별무소용이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모욕,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모든 행동을 지칭한다.
나는 물이라는 말을 사랑 합니다 웅뎅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개울이라는 말을 사랑 합니다 샘이나 늪 못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강이라는 말도 사랑 합니다 바다라는 말도 사랑 합니다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라도 아름답다 논밭을 갈며 한 뼘 한 뼘 땀 흘려 나아가는 농부의 길// 새벽녘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이름 없는 청소부의 총총대는 발길
초등학교가 개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학교가 몰려 있는 시내권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노란색 표시를 한 어린이 통학버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 매년 관계부처 합동 통학버스 점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를 운영하는 시설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운전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민들레 씨앗처럼 훅 불면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그 여자 벚꽃이 필 때면 고요한 미소로 꿈을 꾸는 듯한 그 여자
주69시간 노동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근로자라는 말도 언어도단이다. 해마다 2천만 노동자의 절반은 ‘노동절’이라며 자주적으로 쉬지만, 공무원 등 절반은 ‘근로자의 날’이라며 종속적으로 근무하라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창피한 후진국이다. 기본을 지켜야 선진국이 될 텐데 왜 이렇게 노동의 가치를 왜곡시키는지 통탄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