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남보라 색 붓꽃이 피었다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살구나무에 바람이 분다바람에게 내 마음을 준다날아가는 나비에게가만히 서 있는 나무에게 마음을 주면나비도 나무도 편해지고내 마음이 편해진다흘러가는 저기 저 흰 구름에게마음을 실어주면이 세상 처음이었던 내가 보인다처음은 다 환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진심이 담긴 마음을 주는 일 – 쉽지 않다.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될지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누구인가의 대상에게 숨겨 두었던 진심을 내 보인다는 것이 평생을 두고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한 두어 번은 있을지 모르겠다. 어렵게 내비친 진실이 허공에 흩어진 것을 알았을 때의 자괴감은 이루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괜히 보여주었다는 후회, 마치 구걸하듯이 보여지지 않았을까 라는 자존심의 구겨짐으로 상처가 된다. 그 상처가 오래 지속되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것에게 치료 받는다. 인간이 감히 줄 수 없는 치유를 자연에서 얻는다. 매미에게 주는 마음, 남보라 색 붓꽃에게도 준다. 살구나무에게 주는 마음, 바람에게도 준다. 자연은 진심을 그대로 받아주고 어루만져준다. 비로소 내 마음이 편해진다. 왜곡하지 않으며 비틀지 않고 받아들이는 내 진심을 자연 안에 들어있는 것들과 서로 통한 탓이다. 경계를 풀고 의심을 내려놓은 것끼리 서로 문을 열어주고 그 문 안에 들어가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자연에게 치유 받는 사례들을 종종 보며 깨닫는다. 이렇게 자연과 같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참 좋을 것이다. 이 세상 처음이었던 나를 나로서 보이게 하는 사람, 결점도 알고, 단점도 알지만 그대로 보아주는 자연 같은 사람. 진심이 진심대로 구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오고 갈 수 있는 사람, ‘처음과 같은’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환해질 것이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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