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 대궁 하나양지꽃 하나냉이 꽃 하나에도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번지수가 있기 때문 때로 현호색이 보낸 꽃가루를 제비꽃이 받는 배달사고도 있지만금년 온 천지 붉고내년은 또 노오랄 것은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번지수가 있기 때문 가방도 아니 멘 나비 때가 너울너울 모자도 아니 쓴 꿀벌 떼가 닝닝닝자전거도 아니 탄 봄바람이 돌돌돌금년 온 천지 붉고내년 또 노오랄 것은바로 저 우체부들 때문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꽃들에게도 주소가 있다. 늘 그 자리에서 피고 번성하며 자신의 가정을 꾸린다. 자손을 번성하게 한다. 그렇게 꽃이며 풀들은, 자신의 주소를 가진다. 나비 떼가 너울너울거리며 꽃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꿀벌 떼가 닝닝닝거리며 꽃들을 즐겁게 한다. 봄바람이 돌돌돌 구르는 소리를 내며 우체부 노릇을 해 준다. 나비 떼와 꿀벌 떼랑 봄바람이 다니는 곳에서는 기쁜 소식이 쏟아진다. 산골 외진 곳에도 계곡을 흐르는 겨울눈에게도 이제 봄이 왔다고 소근댄다. 얼레지를 깨우러 다니고, 양지꽃을 흔들고, 냉이꽃을 잡아끌며, 봄나들이 가자고 현호색에게 문 두드리고 나서 제비꽃에게도 인사하는 우체부를 반긴다. 그들은 기꺼이 우체부를 맞아들이고 서로가 가진 선물을 주고받는다. 봄이 주는 아낌없는 선물꾸러미 안에는 향기가 푸울풀거린다. 향기가 나는 봄 냄새가 자글거린다. 자기 자리가 있어 자신의 주소를 가진 꽃과 나무들이 터트리는 자신만의 외침이 봄이다. 서로가 무언가를 아낌없이 나누고 보는 봄. 거기에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는 봄~ 가진 것을 나누고 같이 손잡고 향기 나는 일을 하라고 다독이는 봄~ 그런 봄을 닮아가라고 봄바람은 부추긴다. 문득 봄처럼, 봄만큼만 그렇게 살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4월의 아침.<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