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기다리는 건 어제 새로 깎은 연필, 내방문의 손잡이, 손을 기다리는 건 엘리베이터의 9층 버튼, 칠판 아래 분필가루투성이 지우개, 때가 꼬질꼬질한 손수건,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책상 틈바구니에 들어간 30센티미터 뿔자,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퍼즐 조각 하나, 정말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손, 꼬옥 잡아 줄 또 하나의 손.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손에 대한 예찬은 아무리 해도 부족하지 않다.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 가만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보시라.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무엇이든 한다. 원하는 대로 해준다. 가려우면 긁어주고, 아프면 발라주고, 울면 토닥여준다. 걸을 때는 뒷짐져주고 배 아프면 쓰다듬어주는 손! 만능이다. 능력자다. 그 능력자를 모든 사물은 기다린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연필도, 내 방문의 손잡이도, 엘리베이터 버튼도, 뿔자도, 퍼즐 조각도 모두 다 손을 기다리고 있다. 완전 인기 스타다. 그렇게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손은 매력보다 더한 마력이 있다. 거부할 수 없게 한다. 팜므파탈이거나 옴므파탈처럼 치명적이다. 없으면 불편함을 넘어서 마비 상태가 온다. 또 다른 쪽에서 손의 역할을 해주기 전까지는 그렇다.몸의 어느 부위든 손을 기다리고 있으나 정작 손이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손이었다. 필요에 의해서 쓰이기만 했던 손도 아무런 대가없이 쓰담해 줄 그런 손이 절실한 것이었다. 그냥 멀찍이 있는 손이 아니라 ‘한 쪽 손을 꼬옥 잡아 줄 또 하나의’ 손이었다.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고, 같은 생각이면 더 좋고, 함께 움직여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또 하나의 손을 다른 한 쪽이 꼬옥 잡아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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