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산길 혼자 걷다보니앞서 간 짐승의 발자국도 반가워그 발자국 열심히 따라 갑니다그 발자국 받아 안으려 어젯밤이 산 속엔 저 혼자 눈이 내리고외롭게 걸어간 길화선지에 핀 붓꽃만 같습니다까닭 없이 마음 울컥해그 꽃 발자국 꺾어가고 싶습니다짐승 발자국 몇 떨기가슴에 품는다고 내가사람이 아니 되겠습니까내 갈 길 다 알고 있었다는 듯내 갈 데까지 데려다 주고그 발자국 흔적조차 없습니다모든 것 주기만 하고내 곁을 소리 없이 떠나 가버린어떤 사랑 같아나 오늘 이 산 속에 주저앉아숲처럼 소리 죽여 울고 싶습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시인은 눈 내린 산길을 혼자 걸었나 보다. ‘모든 것 주기만’했던 누군가를 생각하며 걷는 산길에 자신의 발자국만이 외로움을 함께 했나보다해질녘 바닷가에 나가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피곤에 겨운 퀭한 눈빛으로 바다가 육지를 바라보는 모습이 때로 슬퍼 보일 때가 있었다. 어스름만 보이는 바다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 주변에 있어 주어야 할 사람이 없고, 서늘해진 바람만 저녁 공기를 헤집는다. 그럴 때 드는 생각, 세상이 외로워 보인다. 하늘도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바다도 어느 무엇도 없다는 생각, 들 때가 많다. 마음을 헤아려주고 쓰다듬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울컥해진 적이 있다. 다들 너무 바쁘다. 남을 생각할 겨를 없이 자신의 일에 정신이 없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 나올 여유들이 없는 것이다. 누군가로 부터 위로받았으면 하는 사람조차 그 사람 자신의 이야기만 줄기차게 한다. 속 시원히 말하고 깊은 속내를 털어 놓고 싶을 때 겨우 시간 내서 만났는데 그 사람의 두서없는 이야기만 들어 주고 헤어진다. 더 외로워진다. 그럴 때 산을 찾는다. 마침 눈이 내려 산이 흰빛으로 길을 내준다. 아무도 없는, 고요만이 길을 열어줄 때 앞서 간 발자국이 보인다. 짐승의 발자국인데 반갑다. 같이 동행을 해 주기 때문이다. 어젯밤 내린 눈도 외로웠던지 혼자 쓸쓸히 이 산길을 걸어갔을 그 발자국을 안아주려고 살포시 덮었는지도 모른다고 혼자 상상하며 걷는다. 지나간 겨울에 생긴 아름다운 도반은 자신의 발자국뿐이었을까. <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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