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 골의 단골 수선 집 늙은 재봉틀 한 대아마, 지구 한 바퀴쯤은 돌고도 남았지네 식구 먹여 살리고 아들 딸 대학까지 보내고 세상의 상처란 상처는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멱살 잡힌 셔츠를감쪽같이 성형 한다 장롱 깊숙이 개켜둔 좀먹은 내 관념도 새롭게 뜯어 고치는 재봉틀작은 것들은 가슴을 덧대어 늘리고막힌 곳은 물꼬 트듯 터주고 불어난 것들 돌려 막으며무지개실로 한 땀 한 땀 땀구슬을 꿰어 서러움까지 깁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낡은 그림자를 감싸 안고 찌르륵 찌르륵희망은 촘촘 재생 시키고 구겨진 자존심은 반듯하게 세워 돌려준다일감이 쌓일수록 신나는 재봉틀 오늘도 허밍허밍 즐겁다 별별 조각난 별들을 모아 퀼트 하는 밤바늘 끝에서 노란 달맞이꽃들이 환하게 피어났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식구를 먹여 살리는 살림 밑천의 좁은 의미의 재봉틀이 확장되어 ‘장롱 깊숙이 개켜둔 좀먹은 내 관념도 새롭게 뜯어 고치는 재봉틀’이라고 했다. 재봉틀이 밥벌이라는 퀘퀘묵은 사고방식이 바뀌게 되고 ‘희망은 촘촘 재생 시키고 구겨진 자존심은 반듯하게 세워’주는 재봉틀로 변환시켜버린 것이다. 그래서 밝다. 재봉틀을 출중한 능력의 매카니즘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고질꼬질한 느낌을 확 벗어던지니 재봉틀이 왠지 멋져 보인다. 재봉틀에 매달려 작은 공간 안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멱살 잡힌 셔츠를 감쪽같이 성형 해주는 재봉틀이다. 세상의 상처란 상처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에서 실을 꿰고 있는 손이 아름답다. 작은 것들은 가슴을 덧대어 늘리고 있었던 헝겊 조각에서 향내가 난다. 막힌 곳은 물꼬 트듯 터주고 불어난 것들 돌려 막아주는 기술이 신기할 정도다. 모두들 잠든 새벽까지 재봉틀에서 작업을 하며 무지개실로 한 땀 한 땀 땀구슬을 꿴다.. 어느 새 별들이 총총히 사라져 갈 즈음 재봉틀 소리가 잠시 멈춘다. 먼동이 트는 소리, 골목을 지나던 행인들의 도란거리는 소리, 이른 아침 먼 출근길을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 들린다. 밤이 끝난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큰 기지개를 켠다. 또 하루는 시작 되었지만 잠이 쏟아진다. 잠시 눈을 붙이는 사이 재봉틀에서 노란 달맞이꽃이 수놓아지고 있었다. 고된 육체보다 일감이 많아지는 것이 즐거운 듯 슬며시 미소 지으며 잠든 얼굴에 희망이 퀼트 되고 있었다. 재봉틀에 매달려 날밤을 세우시던 어머니가 오버랩 된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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