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시카고 심포니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모두 자체 음반 레이블을 운영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점이다.
런던 심포니는 LSO Live,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RCO Live, 시카고 심포니는 CSO Resound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 Klassik), 마린스키 오케스트라(Mariinsky), 이스라엘 필하모닉(Helicon Classics), 런던 필하모닉(LPO Classics) 등이 자체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오케스트라가 도이체 그라모폰(DG)이나 EMI 등 기존의 다국적 레이블이 아닌 자체 레이블을 운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음반 시장의 붕괴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영향으로 음반 시장이 사양화 길을 걷자 주류 레이블이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케스트라 녹음을 꺼리기 시작한 것.
특히 주요 레퍼토리의 경우 다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연주한 음반을 이미 다수 보유해 주류 레이블이 같은 곡을 담은 음반을 다시 제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오히려 메이저 레이블은 기존에 발표한 음반 여러 장을 하나로 묶어 박스 세트로 염가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레퍼토리 선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 오케스트라가 자체 레이블을 만들어 운영하는 데 한몫을 했다.
주요 악단 중 가장 먼저 자체 레이블 운영을 시작한 런던 심포니의 경우 베토벤과 브람스 등 소위 `인기 레퍼토리`와 `비인기 레퍼토리`로 분류할 수 있는 자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 비중이 반반이다.
RCO는 현대음악 연주를 모은 호라이즌 시리즈, 이스라엘 필은 기록실에 보관돼 있던 1960∼1970년대 실황 음원을 찾아내 음반에 담은 히스토릭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SACD(Super Audio Compact Disc)급의 좋은 음질과 메이저 레이블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음악팬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다.
덕분에 이들 레이블 음반은 불황을 맞은 음반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오호정 시샵미디어 실장은 "런던 심포니의 경우 LSO Live 음반으로 거두는 수익이 커지면서 자체 레이블을 담당하는 부서의 비중도 함께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레이블은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나 자체 유통망을 통해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소니뮤직의 유통망을 사용하는 BR 클라식처럼 기존의 다국적 레이블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레이블도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일부 연주 단체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유료 회원에게 실황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음반 유통망 없이도 실시간으로 음악팬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는 "이들 레이블에서 다채로운 음반을 발표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다만 연주 단체는 음반 판매의 경험이 없어서 유통망 선정과 발매 시기 등을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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