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네온은 연주하기 매우 까다로운 악기다. 일반 악기와 달리 음이 산발적으로 배치돼 있는데다 소리도 가운데 주름을 수축하거나 이완할 때가 다르다. 그래서 `악마의 악기`로 불리기도 한다. "한 선생님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악기 4개를 한꺼번에 다룬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지난 2일 오후 을지로에서 만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29) 씨는 이같이 말하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러나 반도네온은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악기이기도 하다. 반도네온의 음울하면서도 독특한 음색은 음악팬의 귀를 사로잡는다. 고 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 인근 충남대에서 열린 파블로 지글러 트리오(Pablo Ziegler Trio)의 탱고 음악 연주를 듣고 반해버린 것. 지글러는 `탱고 황제`로 불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연주자다. "맨 앞줄에서 봤는데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월터 카스트로의 연주가 아주 좋은 거예요. 뭔가 제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전에도 탱고 음악을 듣기는 들었지만, 그날 공연 이후 본격적으로 반도네온과 탱고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생각해보면 그가 반도네온과 탱고에 빠지게 된 것은 우연은 아니다. 평소 좋아하던 롤플레잉 게임 음악에 쓰인 음악과 피아졸라의 음악이 서로 코드 진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의 `그렌라간` 팬이다. 결국 그는 다니던 대학을 중간에 그만뒀다. 후회는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에게 부탁해서 산 작은 반도네온으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3개월에 한 번씩 일본으로 건너가 유명 반도네온 연주자인 코마츠 료타를 사사했다. 2009년에는 본고장인 아르헨티나로 유학을 가서 에밀리오 발카르세 오케스트라 학교(La Orquesta Escuela del Tango Emilio Balcarce)에서 2년 정도 공부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 학교는 탱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다른 연주자의 좋은 연주에 서로 칭찬하고 기뻐해 줍니다. 음악을 경쟁이 아니라 느긋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덕분에 연주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갑자기 유명인이 됐다. 싱어송라이터 정재형과의 인연으로 작년 여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것. 방송 이후 공연과 방송 출연 요청이 급증해서 한 달 30일 중 20일 이상을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습을 충분히 하고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연주를 들려주지 못하는 아쉬움도 함께 커졌다. 그래서 올해는 공연 횟수를 줄일 생각이라고 했다. 그 대신 마음이 맞는 연주자들과 합주와 연습에 몰두하고 싶어한다. 조만간 그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등과 함께한 음반이 나올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글쎄요. 제가 뭔가 목표를 정해놓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음… 그냥 지금 제가 너무 하고 싶은 탱고 음악 연주를 재미있게 잘하고 싶은 게 목표예요. 그걸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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