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첩보감시망 기밀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이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공식 신청했다. 미국은 `스노든은 범죄자`라며 송환을 재촉구했다. 임시 망명의 수락 여부가 미·러 외교분쟁에 새로운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내가 입회한 가운데 스노든이 직접 임시망명 신청서를 작성해 연방이민국 직원에게 냈다"고 밝혔다. 쿠체레나는 러시아 국정 감시·자문기구인 `시민평의회` 위원으로 지난주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현지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스노든을 면담한 바 있다. 임시망명 소관 부서인 러시아 연방이민국과 스노든을 돕는 폭로단체 위키리크스도 신청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방이민국은 법에 따라 3개월 내에 망명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스노든을 간첩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울 계획인 미국은 임시망명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러시아에 스노든의 송환을 재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초 상트페트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임시망명 신청은 미·러 관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노든은 인권운동가도 반체제 인사도 아니다. 기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사람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도 "러시아 측도 스노든의 신병인도를 우리가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스노든이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은신하자 송환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임시망명 검토에서는 일정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이 임시망명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연방이민국 소관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페스코프 공보실장은 "푸틴 대통령이 임시망명 신청을 보고받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결국은 스노든의 임시망명을 허가할 것이라는 현지 전망도 나온다. 지난주 스노든이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순조롭게 인권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 당국의 `은밀한`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스노든은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에 3주 넘게 은신하며 유럽과 남미 등지로 망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계획이 잇따라 무산됐다. 임시망명은 유효기간이 1년이며 러시아 국내를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와 현지 취업권이 보장된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매년 갱신도 가능하다. 스노든은 임시망명 신청을 하면서 `미국에 더는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선결 조건에 동의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과 스노든의 법적 대리인 쿠체레나가 밝혔다. 페스코프 공보실장에 따르면 스노든은 조건 수락을 서면으로 공식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스노든의 망명을 돕는 위키리크스는 이 사안에 대해 확인이나 논평을 거부했다. 이 조건은 애초 스노든이 이번달 초 러시아에 정치 망명 신청을 하자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것이다. 세계 각국의 미국 감청망 실체를 연일 폭로하던 스노든은 당시 이 얘기를 듣자 바로 망명 신청을 철회했다. 스노든은 현재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중남미 3국에서 망명 제안을 받은 상태지만 해당 국가까지 타고 갈 항공편이 없어 `국제미아`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러시아 국제공항에서 중남미로 가는 모든 여객기는 미국과 유럽 영공을 지나 중도에 포획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도 `스노든이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채근해왔다. 스노든은 임시망명이 성사되면 당분간 러시아에 합법적으로 머무르면서 중남미로 갈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그를 만난 인권운동가들이 전했다. 쿠체레나는 "임시망명 신청은 이번 문제를 풀 유일한 방법"이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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