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지난 30여 년 무풍지대, 비밀의 장막’에 덮여있던 포항가속기연구소가 과기부의 감사를 받고 있음이 지난 25일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최근 한 지역언론을 통해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한 수많은 비리 의혹들은 포항지역이 아닌 대전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국정감사에 올랐고, 최근까지 두 차례 연구소장 및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불려가 심문을 받았다. 해당 국감이 중대 사안인 것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기초과학을 이끈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감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감사 부실은 국고 손실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온갖 비리가 고착화되어 부정이 일상화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연구소 인력들이 차기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에 인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비리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가속기연구소 건설 및 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충북 청주 오창에 건설 중인 4GSR 구축사업에는 국가 예산이 5년간 1조787억원이 투입, 오는 2028년 운용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포항 가속기연구소가 지금껏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가속기연구소를 통제하는 조직이 3개로 나눠져 서로 방관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가속기연구소는 국가 기초과학 관련 기관이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관할,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의 위탁관리기관으로 돼 있어 교육부 관할, 국가연구시설이라 한국연구재단의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포항공대가 현재 공식 위탁관리 기관이라 인사와 예산 등 실질적인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기된 부정·비리 건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보다는 의혹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 보다 심층적인 감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과기부가 감사에 착수한 건은 채용 비리와 안전사고 미보고, 예산남용, 과제비 집행규정 위반 등 총 7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달 16일 포항가속기연구소 감사에 착수했다”며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토록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이에 앞서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에서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강홍식 연구소장 취임 이후 채용비리, 안전사고에 대한 허위보고, 연구소원의 시력 손상 사고 내용 은폐, 과제비 집행규정 위반 등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해 강 소장은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노조는 제가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채용 조건 등은 담당부서에서 결정하는 것이며 안전사고는 규정을 잘 몰랐고, 늦게 해 문제가 됐다”고 해명했다.그러자 황 의원은 “이러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퇴하겠냐”고 했고 강 소장은 “사퇴하겠다”고 답했다.한편, 포항가속기연구소 비리 의혹은 연구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구축에 헌신한 초기 멤버들과 달리 완벽히 조성된 연구시설에 입사한 후임 관리자·연구원·기술원들 중 일부가 비리에 연관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