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영삼기자]동북아역사재단은 14일 독도연구소 학술회의 ‘항길고택문고 속 울릉도·독도 수토의 역사’를 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재단의 독도연구소는 독도에 대한 조사‧연구 및 대정부 전략‧정책 개발,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협력 및 교육‧홍보, 독도‧동해 관련 표기 오류 시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학술회의는 독도연구소 개소 16주년을 기념하고 한국의 독도 주권 수호를 위한 논거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항길고택문고는 조선시대 삼척도호부(현 동해시)에 정착해 세거(世居)해온 강릉김씨 감찰공파가 소장하던 방대한 규모의 문고를 일컫는다.
조선시대 동해·삼척 지역은 중앙정부와 울릉도·독도의 연결 거점이었고 울릉도 수토(搜討)를 관할한 삼척영장(三陟營將)의 본진이기도 했다.
수토제는 3년마다 1차례씩 삼척영장과 월송만호가 교대로 울릉도를 방문한 뒤 강원도관찰사를 거쳐 중앙정부로 조사 내용을 보고하는 제도다.
독도연구소는 "이같은 역사적 상황을 비추어 볼때 울릉도‧독도 수토정책이 중앙 정부와 동해·삼척 지역간 정례적으로 시행된 해양도서 관리제도였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18년 강릉김씨 감찰공파로부터 항길고택이 소장해 온 고서(483책)와 고문서(1072건) 일체를 기증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항길고택문고의 여러 자료 가운데서도 1770년대부터 1904년까지 작성된 항길고택일기는 울릉도 수토에 관한 현장감 있는 기록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록의 대부분은 조선왕조실록 등 관찬 자료에서 보이지 않던 내용으로 수토제의 운영 양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또한 삼척부사의 명단이면서도 그들의 자세한 행적을 기록한 척주선생안,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작성된 척주지 등 3종의 사찬 읍지에도 수토제의 기록이 존재한다.
그 밖에도 항길고택문고에는 동해‧삼척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항길고택문고 가운데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서를 선별해 분석한 결과로서 기조강연, 주제 발표 및 지정토론, 종합토론 등 총 3부로 나눠 진행한다.
학술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손승철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손 교수는 수토제에 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항길고택문고 자료의 사료적 가치를 논한다.
첫 번째 발표자인 신채용 국민대학교 강사는 항길고택의 주인이자 15세기 이래로 동해‧삼척 지역에 세거해온 강릉김씨 감찰공파의 역사를 고찰한다.
이어 장정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항길고택문고에서 소장해온 척주지 등 삼척 관련 읍지를 중심으로 수토제 시행 전후 지리지 상에 나타나는 울릉도‧독도의 기술 변화를 추적한다.
세 번째 발표자인 신태훈 이사부독도기념관 학예연구사는 항길고택일기의 수토 관련 기록들을 내용별로 분석한다.
전상욱 아주대학교 연구교수는 항길고택문고에 소장된 신상정절목을 중심으로 강원도에서 시행된 상정법의 시행을 논하고 특히 본 자료가 강원도 내 삼척 관련 항목을 추출한 실무용 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4개 주제 발표에 대해 임혜련(한남대학교 연구교수), 박범(공주대학교 교수), 이원택(독도학회 이사), 엄기석(조선대학교 연구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선다.
3부에서는 발표자와 토론자 전원이 참석하는 종합토론의 장이 열린다. 박지향 재단 이사장은 "이번 학술회의는 조선정부의 해양도서 관리정책의 일환으로서 정례적으로 시행된 울릉도·독도 수토의 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의 독도주권 수호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