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江蘇)성 전장(鎭江)시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료진열관을 공식 개관하면서 상하이(上海) 주변 임정 사적지가 `테마군`을 형성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인 상하이 임시정부 사적지가 지속 가능한 `중국 속의 한국역사`로 좀 더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 독립운동가들은 아편전쟁 이후 1842년 체결된 난징(南京)조약으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열강의 조계지가 설정돼 동서양이 만나는 정치·문화적 중심지가 된 상하이를 1910년 전후부터 주요 활동무대로 삼아왔다.
1919년 3·1운동 직후인 4월에 수립된 임시정부는 13년 동안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虹口) 의거 직후 일제의 압박을 피해 상하이 주변지역으로 옮겼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자싱(嘉興)과 더불어 장쑤성 난징(南京)과 전장이 고난의 임시정부 역사 가운데 상하이를 벗어난 임정 도피시기 초기 활동지역이다.
이어 임시정부는 후베이(湖北)성 한커우(漢口),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충칭(重慶) 등으로 이동하면서 `대장정`을 펼쳤다.
특히 상하이 주변 임정 활동지는 창장(長江) 하류 삼각주에 위치해 개혁·개방시기 선도적인 발전을 이룬 `화둥(華東)지역`으로 묶여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임시정부 사료진열관을 연 전장시는 상하이에서 200㎞, 난징에서는 50㎞가량 떨어져 있으며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닿는 교통도시이기도 하다. 상하이에서 버스로는 3시간가량, 고속철도로는 1시간반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전장 사료진열관이 이미 복원돼 운영되고 있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사적지와 윤봉길 의사 기념관, 항저우 임정청사 기념관, 자싱 김구 선생 전시관 등과 함께 `독립운동 테마 관광지`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하는 주요 관문인 상하이는 물론 항저우 최고 관광명소인 시후(西湖) 바로 옆에 자리잡은 항저우 임정 청사, 물의 도시인 자싱의 난후(南湖)변에 위치한 김구 선생 피난처와의 연계관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리전(李臻) 전장시 여행국 간부는 "한국 관광객들이 임시정부 사적지 방문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장 사료진열관이 점점 널리 알려지면 다른 관광지와 함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적지 개발을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연결고리로 여기고 있는 점도 이들 사적지 테마군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전장 사료진열관은 전장시 정부가 2008년부터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해오면서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고증과 재정 마련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전장시 당 서기를 지낸 쳰용보(錢永波) 전장시 역사문화연구회 명예회장은 "전장시민들이 항일 투쟁과정에서 한국인들과 쌓은 정은 평소에 느끼는 정보다 훨씬 깊게 남아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경제교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하이 주변 임시정부 사적지 테마군이 이같은 기대처럼 발전을 거듭해 나가는데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세기를 훌쩍 넘은 임부정부 역사와 사적지를 놓고 `복원과 보존`에 중점을 두는 한국과 `현대적 활용`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중국이 상호 공통이익을 넓힐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임시정부 사적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강국 주(駐)상하이총영사관 부총영사는 "한국과 중국이 공동의 항일 역사를 보존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독립기념관 등 관련기관과 협조해 독립 유적지 발굴과 사료조사는 물론 한국인들의 사적지 방문이 늘어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룡 전장 한국상회 회장도 "전장 사료진열관 공식 개관을 계기로 난징이나 상하이를 비롯한 주변지역과의 연계관광 강화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전장시 당국과 관광업계 등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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