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친정이 있는 동네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려면 버스로 2~30분은 이동해야 갈수 있는 시골에 위치 해 있다. 어느 날은 부모님이 새로 생긴 병원에서 승합차를 보내줘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병원을 쉽게 다녔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병원이 무슨 조사를 받고 폐업하여 다시 버스로 병원에 다니려니 새삼 불편하다고 푸념하시던 모습이 벌써 수년전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의 기억이 이렇게 생생한 것은 승합차를 보내주던 병원은 알고 보니 돈벌이를 위해 노인들을 유인하고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이 불법적으로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었고, 이러한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우리 곁에서 너무도 쉽게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이하 불법 개설기관)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통칭한다. 불법 개설기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한 만큼의약품 오남용, 비급여 진료 양산 등 과잉 의료행위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수익 창출 극대화를 위해 부당한 요양급여비용 청구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불법 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1,447개 의료기관을 적발하여 수사의뢰 하였다. 하지만, 수사 인력의 한정된 자원과 민생범죄 등 수사 우선 순위에 밀려 불법개설 수사는 평균 11.5개월이 걸리고 4년5개월 걸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3년간(’20~’22년) 수사의뢰한 546건 중 133건(24.4%)이 입건 전에 조사 종결되고, 140건(25.6%)은 입건 후 불송치로 수사가 종결되었다. 어렵게 불법개설 기관을 적발하고도 수사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부당 편취금액은 3조 3,762억 원이나, 징수율은 고작 6.92%(2,335억 원)로 매우 낮다. 재산은닉을 인지하면서도 수사권이 없어 자체 수사하지 못해 보험 재정이 누수되는 현실을 직면하며, 공단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감과 무려감에 빠지며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축적한 행정조사 경험과 의사, 약사, 수사관 등 인력으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불법개설감지 시스템을 운영하여 정보파악 및 활용이 용이하다.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불법 개설기관 수사 기간을 평균 11.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여 연간 약 2,000억 원의 보험 재정누수 차단이 가능하다. 아울러, 불법 개설기관이 근절되면 의료급여 국고 지원, 보험사기,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비용 등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과 보험료 등 재정누수 방지도 가능하다불법 개설기관으로부터 지킨 재원은 필수의료 등 급여범위 확대와 전 국민 보험료 부담 증가 완화에 활용하고,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으로 불법 개설기관 신규 진입 억제및 자진 퇴출 등 건강한 자정활동도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에 국민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단 특사경법이 21대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돼 불법 개설기관을 근절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며 필수의료 보장성을 더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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