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참패했다. 불과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해도 여당의 지지세는 압도적이었다. 표를 준 국민 중 300만명 이상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거나 투표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였고 지역구 의석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여당은 90석 대 161석이라는 기록적 패배를 안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지만 지지층들이 하나둘씩 떠난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통계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선 254개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475만표(50.48%), 국민의힘은 1318만표(45.08%)를 각각 득표했다.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은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1639만표(48.56%)를 얻었다. 윤 대통령을 뽑았지만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를 뽑지 않거나 투표소에 가지 않은 사람이 321만명에 달한 셈이다. 대선과 총선 투표율이 다르고 선거의 성격도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지층 이탈 규모만큼은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민심의 변화는 충청과 서울 지역, 2030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31만표 차이로 윤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서울은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에 33만표를 더 몰아줬다. 충남·충북·대전 역시 민주당이 뒤집었다. 고물가 지속으로 인한 경제난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이라는 악재와 함께 대전과 충청권에서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이 직격탄을 맞았다. 총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발표한 `여의도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은 충청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2030 남성도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나갔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잇달아 이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를 포용하지 못한 것이 자충수였다. 이번 총선에서 양당 득표율은 5.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지만 국민의힘은 무려 71석이나 적다. 소선거구제가 부른 왜곡된 결과이고 여전히 절반 정도가 여당을 지지한다는 정신상태로는 국정을 쇄신할 수 없다. 민심은 늘 변한다. 거대 야권도 방심해선 안 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인 국힘은 민심이 무서운줄 알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안이한 자세로 가다가는 3년 후 대선에서 이긴다고 보장할 수 있겠나. 국힘은 이번 총선의 쓰라린 패배가 안겨준 교훈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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