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참패를 당했다. 집권 2년도 안 된 여당이 개헌 저지선을 조금 넘는 의석으로 참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파문과 일부 후보들의 막말·부동산 논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을 독점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민주당의 모든 악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짓밟았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 임기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노동·교육·연금·의료·규제 개혁은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됐고 야당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김건희 여사 특검과 대통령 탄핵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심판론이 선거판을 흔든 것은 여권의 큰 정책 잘못이나 권력형 비리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도 총선 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 조치 없이 사과도 않은 채 끝까지 침묵했다. 여권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달아 이기고도 분란에 빠졌다. 대선을 함께 뛴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려다 정권 초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직접 개입해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안철수 의원을 “국정의 적”으로 몰았다. 대선 승리를 이끈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여당은 3차례나 비대위를 구성했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굳이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고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집부리다 스스로 수렁의 늪에 빠졌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 자체에는 동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노동·교육·의료 개혁은 가야 할 길이었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했다면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불통은 국민을 식상하게 했고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국민 눈 높이에 맞지 않았다. 인사 논란도 적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이 18명에 이르고 중도 낙마한 장관도 여럿이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선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능력·자질이 부족한 인사들이 임명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국민을 직접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동안 식물정부가 참으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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