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스님(봉천사 주지, 고녕가야선양회 대표)   상주시 이안면 구미리에는 우두머리 산이라는 의미의 `재악산`(宰岳山)이 있다. 산명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홀연히 작약산(芍藥山)으로 변경 됐으니 심상찮다. 근래들어 재악산을 근거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다수 배출되고 교수를 비롯한 고위관료들도 많이 배출됐다. 특히 후백제 시조인 견훤도 재악산 기슭에서 태어났으니 재왕의 산이 분명하다. 문경 점촌에서 출발해 함창읍을 지나 구미리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마을회관 뒤 약수터에 주차하고 간단한 채비를 해 산에 오르면 정상까지 1시간 반정도 소요된다. 약수터에는 예닐곱 아름이나 되는 고목이 고사상태로 서 있고 옛날 나옹대사가 이곡선생과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판돌이 있다. 아래에는 나옹정 옛 정자터가 있고 두 단으로 쌓은 축대가 가지런히 있는 것을 보니 옛 절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비탈길을 따라 9부 능선에 도착하면 완만한 길이 이어지며 곧 정상 간판석이 나온다. 멀리 왼편으로 점촌과 함창이 보이고 남으로는 상주 천봉산, 갑장산, 노음산이 보이고 공갈못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수예리 쪽으로 50m지점에 거북바위가 나타나며 이 바위가 제악산의 상징물이다. 거북의 머리와 몸통이 선연하며 꼬리 부분에 자리잡은 곳이 거북꼬리라는 의미의 구미(龜尾)마을이다. 동네 이름마저 거북이 꼬리(龜尾)에서 아홉가지 맛(九味)으로 이름을 바꿨으니 일본의 식민정책이 어떠했는가를 짐작 할 수 있다. 거북바위 등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단일암산인 희양산이 보이고 가은읍과 견훤이 기상을 키웠다는 옥녀봉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청화산이 읍하는 형국으로 버티고 있으며, 동북쪽으로는 오정산, 주흘산, 천주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학가산과 검무산과 비봉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형제봉과 속리산 줄기인 천왕봉이 보인다. 산줄기가 흘러가는 사이로 강과 하천이 줄을 긋듯이 흘러간다. 동침마 옆으로 영강이 흐르고 이안리 앞으로는 이안천이 흘러 퇴강에서 영강과 합수돼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산과 강 사이로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나니 함창평야를 비롯한 상주, 문경, 용궁, 점촌들녘이다. 산과 물과 평야가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재악산을 가운데 두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재악산에 와서 비로서 왜인들이 집요하게 이 고장 역사를 없애려 한 이유를 분명히 알았다. 함창고녕가야를 지우고 재악산을 작약산으로 바꾸고 구미리(龜尾)를 구미리(九味)로 바꾸면서 조선인의 자의식을 말살했다. 그들은 함창고녕가야 역사 말살을 일컬어 실증사학이라 부른다. 독일학자 랑케의 이론대로 실질적인 증거를 토대로 역사를 해석했다는 것이다. 랑케도 실토했듯이 실증사학마저도 해석하는 자의 주관하에 이뤄진다고 했다. 왜인들이 우리 역사를 연구하고 날조한 것은 오로지 조선을 항구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들이 설정한 대동아 공영권의 초석이 바로 정한론이다. 조선의 역사를 한반도에 국한시키고 역사 이래 북쪽은 한나라의 식민지로 시작하고 남부는 왜의 식민지였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를 위해 함창 고녕가야를 지웠고 지금까지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한국사학계는 99퍼센트 일본학자들을 추종한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실증을 빙자한 식민사학이 있었을 뿐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고집하고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고집하는 이유는 역사가 곧 미래의 초석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국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우리는 백제 22담로를 비롯한 제국을 경험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잘못된 식민사학을 바로잡기 위해서 국가지도자는 사실을 직시하고 상주·문경시민이 깨어나야한다. 지자체장은 역사인식을 새로이 하고 지역 고대사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 사람을 실무자리에 앉혀야 한다. 박물관장을 비롯한 실무자는 지역사 정립에 소명의식을 갖고 임해야 하며 형편상 어려움이 있다면 일 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함창고녕가야 역사정립은 상주·문경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알려주는 시금석이다. 재악산 거북바위등에 올라서서 2천년 전 조상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산 아래서 밀려오는 새로운 물결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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