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영화` 세 편을 잇따라 배출하며 잘 나가던 한국영화 열풍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침체는 가히 `보릿고개`라 할 만하다. 할리우드 공습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몇몇 영화는 개봉을 아예 미루는 지경이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개봉한 `신세계`가 468만 명을 동원한 이후 한국영화 개봉작 중 2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이 한 개도 없었다. 3-4월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CJ·롯데·쇼박스 등 대기업 투자배급사 3사가 내놓은 상업영화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3월 초 CJ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사이코메트리`가 53만4천 명으로 흥행에 참패했고 강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은 `전설의 주먹`도 초반 흥행몰이를 하지 못하고 한 달간 16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두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악재를 만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1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초라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2월 말 개봉한 `분노의 윤리학`이 22만5천618명을 모으는 데 그쳐 쓴맛을 봤다. 3월 개봉한 `연애의 온도`는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대체로 호평받으며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괜찮은 성적인 186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200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연초 `박수건달`로 400만 가까운 흥행의 단맛을 봤지만, 3월 개봉한 `파파로티`(171만)가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파파로티`는 여러모로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 많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할리우드 이십세기폭스 스튜디오가 투자한 한국영화 `런닝맨`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14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4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몰려오면서 한국영화는 크게 위축됐다. 톰 크루즈의 `오블리비언`이 2주가량 박스오피스를 훑고 지나간 데 이어 `아이언맨3`가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연일 매출액 점유율과 예매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이같은 할리우드 공습으로 4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39.8%로 떨어졌다.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아이언맨3`가 점령하면서 지난 1일 개봉한 한국영화 `전국노래자랑`은 상영관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등 첫주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언맨3`에 이어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윌 스미스 부자가 주연한 `애프터 어스`, 슈퍼맨 시리즈의 새 출발을 보여주는 `맨 오브 스틸` 등이 줄줄이 개봉 예정이어서 한국영화의 흥행 전망은 계속 어두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국내 영화업계는 당분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달 개봉을 계획하고 있던 하지원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는 개봉 시기를 아예 하반기로 미뤘다. 6월 개봉을 고려하던 최승현(빅뱅 탑) 주연의 `동창생`과 김성수 감독의 재난영화 `감기` 역시 아직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대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6월 초 개봉하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영화 보릿고개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가 개봉하는 7-8월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까지 3개월 간격으로 이어진 1천만 영화의 행렬은 6개월 이상의 휴지기를 보내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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