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은 이미 수술을 연기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의료 대란이 현실로 닥쳤다. 게다가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들을 말리기는커녕 지지하고 나섰고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 대학 대표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국민을 볼모로 한 명분없는 투쟁이다. 정부가 전문직 면허 숫자를 늘리는데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직역이 또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 임금 인상 같은 이유가 아니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한국말고 또 있겠나. 일본은 지난 10년간 의사 수를 4만3000명가량 늘렸지만 의사협회는 오히려 증원에 찬성했다. 독일은 9000명이 넘는 공립 의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은 2020년 42개 의대에서 총 8639명을 뽑았는데 2031년까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의사단체의 논리도 이해할 수 없다.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늘어나는 학생을 가르칠 교수진이 충분하느냐다. 정부는 지난해 40개 의대에서 정원 확대 수요를 받아 수용 가능 여부를 검증했다. 둘째, 정원 확대로 의대 입학생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런데 과거엔 의대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때 입학한 학생들이 지금 의사나 의대 교수가 돼 있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단체의 주장은 자승자박이다. 의사단체는 과거에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막아섰다. 비대면 진료처럼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 수용에도 저항해왔다. 그러면서 일부 의사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전 의사협회장)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다. ‘제 밥그릇 지키기’가 도를 넘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구매력 기준 연간 임금소득은 2020년 19만2749달러로 통계가 잡힌 28개 회원국 중 최고였다. 여기엔 의대 증원 반대 등 의사단체의 ‘기득권 지키기’ 영향이 컸다. 최근 한국갤럽의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이었다. 부정적 응답은 16%뿐이었다. 여야 지지층 사이에도 별 이견이 없었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지역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물론 많은 의사가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상당수 의사는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이 의사들의 파업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