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지난 2일 고위 협의회를 열어 내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 확대 적용하려던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법이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 당시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에 대해선 2년을 유예했다.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경영계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노동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 오면서 벌어진 일이다.
산재 사망자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오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지만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전격 시행될 경우 발생할 현실적인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멀쩡한 중소기업 사업주가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로 해당 사업장이 문을 닫게 되면 결국 근로자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작 22.6%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조치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준비안된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될 것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3일 정부의 준비 소홀에 대한 사과와 산업 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 등을 전제조건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바람직한 발언이다. 아직 준비안된 많은 중소기업들이 반길 일이다. 중기 대표들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을 운영해왔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문 닫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문을 닫을 수 없다는 게 대표들의 공통된 답이다. 당정이 재해 예방, 인력 양성·활용 지원, 기술·시설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범정부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달 안으로 발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확충하겠다고 한 만큼 야당도 이번엔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