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기본이념에서 벗어나 노골적으로 정치노조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선출된 양경수 현 위원장이 당선 일성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을 밝히며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2014년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첫 연임 위원장이 된 그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민중의 요구”라며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자의 새로운 희망을 세워 내자”고 주장했다. 해산된 통합진보당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계열의 양경수 위원장 체제는 지난 3년간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을 일삼는 과격한 투쟁 행보로 비판받아 왔다. 남아있는 3년의 임기도 이런 강경투쟁으로 이어간다면 국민은 물론 지지 기반인 노동자들로부터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약자인 노동자의 일자리와 권익을 지키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겉으로는 노동자의 권리와 이해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지도부가 조직의 영향력을 앞세워 정치세력화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 골몰했다. 대화와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걸핏하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고질적인 행태에 MZ세대가 먼저 등을 돌렸다. 쿠팡 노조, 포스코 지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동시지부 등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노총이 변하지 않으면 이러한 이탈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미 정치단체가 되어버린 민주노총에 국민들도 등을 돌릴 날이 머지 않았다. 지금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조 간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거대 노조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 조건 개선이다. 민주노총은 강경한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노동자 권익 보호·향상에 앞장서는 노조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세계에서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노사 협력 수준을 끌어올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 최근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한국노총처럼 민주노총도 무분별한 반정부 투쟁은 접고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권익을 위한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게 노동운동의 기본이다. 노동자를 위하는 가장 기본에 충실하는 노조가 되어 줄 것을 다시한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