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달라는 대학과 국민들의 요구가 연일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향후 6개년(2025~2030년)의 정원 확대 수요를 조사한 결과 2025학년도에는 최소 2151명·최대 2847명, 2030년에는 최소 2738명·최대 3954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지방의대의 요구뿐만 아니라 열악한 지방의료 현실을 직시한 국민들의 요구다. 이런 국민적 요구는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축소 동결해온 결과물이다. 물론 각 대학의 희망대로 의대 정원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학교육점검반의 현장점검, 권역별 토론회 등을 거쳐 복지부가 내년 1월까지 증원 총량을 정하고, 교육부가 대학별로 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의 교육 역량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정부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애써 키운 의료 인재들이 동네병원보다는 필수·지방의료를 살리는 데 투입되도록 제도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계 반발을 뛰어넘어 의대 정원 확대를 신속·단호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의 결기와 각오다. 대한의사협회는 “여론몰이용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라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발이 묶이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의료 붕괴의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 의료사고에 대한 과다한 책임 등 여러 가지다. 국민을 볼모로 한 일종의 의료횡포나 다름없다. 문제는 의사 부족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다수의 국민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음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간호사·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의사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라”고 하지 않았나. 의료계는 의약분업, 원격의료 등 주요 사안마다 진료 거부를 무기로 반대하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의료계가 할 일은 직역 이기주의에 기초한 ‘밥그릇 싸움’과 증원 반대가 아니라 건설적 참여다. 결국 늘어난 의대생을 의사로 키우는 것도 의료계의 몫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교수 외에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다. 의대생 정원을 늘려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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