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 되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는 인건비와 사료값으로 고통받는 축산 농가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이 더해가고 있다.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은 럼피(Lumpy·혹덩어리)와 스킨(Skin·피부)의 합성어다. 모기 등에 의해 소에만 전파된다. 인간에겐 옮겨지지 않는다. 병에 걸리면 고열이 동반된 채 소 몸에 지름 2~5㎝의 혹이 생긴다. 소의 유산과 불임을 유발하고,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확산 땐 축산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지난해 인도에서 소 200만 마리가 감염되는 등 전파력이 매우 빠르다. 국내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코 가볍게 볼 가축 질병이 아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발표한 충남 서산에서의 확진을 시작으로 11월 7일 현재 경기, 인천, 충북, 강원, 전북, 전남, 경남 등 전국에서 81건의 확진이 집계됐다. 전국 1위 소 사육지인 경북(85만두)은 특·광역시와 제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강원·충북·경남 등 인접한 지역에서 잇따라 럼피스킨병이 발생했다. 언제, 어떻게 유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선제대응’만이 답이다. 긴급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축산농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강화하면서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경북도는 백신접종 후 3주 정도의 항체형성기간을 감안하면 11월 말쯤이면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이 지금까지 청정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풍부한 전염병 극복 경험과 이에 대처하는 민·관의 자세에 있다.소를 가장 많이 키우는 만큼 크고 작은 질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도 강력한 대처가 시스템화 됐을 뿐 아니라 사육농가의 적극적이고도 자발적인 노력과 협력이 큰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또한 거점 소독시설과 공동방제단의 솔선 모범적인 운영 등도 위기 때 빛을 크게 발휘한다. 특히 방역 정책과 활동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길 경우 `신종` 가축 질병은 언제든 비집고 들어오게 돼 있다. 겨울철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발병할 가능성에 가축사육농가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만, 사육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대부분 밀집된 상태에서 가축을 사육하다보니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럼피스킨병 사태를 계기로 기후환경 위기 시대에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가축전염병 예방과 선진 축산환경개선 대책 마련에 시급히 총력을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