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라 살림이 갈수록 태산(泰山)이라 걱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80조원에서 내년 92조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7%에서 3.9%로 높아진다.이 같은 추세라면 정부가 스스로 정한 목표치인 GDP의 3% 이내(財政準則限度)를 5년 내리 어기게 된다. 국가부채도 연말 1100조원을 돌파하는 데 이어 내년 1200조원 안팎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거주자 1명이 안고 있는 나랏빚이 2천2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7일 정부의 2023~2027년 국가채무관리계획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말 우리나라 거주자 1인당 국가채무는 2천189만원에 이른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말 국가채무 1천128조원을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인구 5천156만명으로 나눈 결과다. 한편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10년 전인 2013년(971만원)과 비교해 10년간 배(培)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나라 곳간(庫間)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로 세금이 애초 예상보다 덜 걷히는 탓이다.또 올해 세수 부족액(펑크)이 60조원에 육박한다. 엉터리 세수 추계도 문제지만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을 피하는 땜질식 대책만 남발하니 걱정이 크다.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세계잉여금 △불용예산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 하는데 돌려막기 꼼수라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외환위기까지 겪은 마당에 환율방파제인 外評基金까지 허무는 건 매우 위험하다.가뜩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져 현재의 외환보유액만으로 환율방어(換率防禦)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세수펑크를 막기 위해서는 세수 기반을 확충하고 재정지출 누수를 막는 게 正攻法이다.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財政 萬能主義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예산안에는 병사월급부터 0세 아동 부모급여,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에 이르기까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사업이 수두룩하다. 지역민원 사업이 많은 사회간접자본(SOC)예산도 5% 가까이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술 더 떠 35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초연금 40만원 인상까지 주장하는 지경이다. 정치권은 미래세대에 빚 폭탄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경쟁을 이젠 멈춰야 한다. 정부도 健全·緊縮財政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강력한 의지로 실천해야 한다.
이제 財政準則 法制化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다.재정준칙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건 2020년 9월이지만 3년째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고 전 세계 105개국이 도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초 재정준칙 법제화를 재차 勸告했지만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이제 정부와 국회는 더이상 미루지 말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財政準則의 법제화를 하루빨리 서둘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