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사람이 빠졌어요” 누군가 빠르게 달려가 순식간에 바다를 향해 뛰어든다. 힘차게 팔을 저어가 바닷물에 잠겨 꺼져가는 생명을 뭍으로 데리고 나온다.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의식 없이 축 늘어진 이의 가슴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제발 호흡을 되찾아 눈을 뜨세요. 제발...”바다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은 이렇게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 위기의 순간, 도움의 손길이 제시간에 닿을 수 있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바로 지난 8월 26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용한해변에서 있었던 일이다. 쉬는 날 해변을 찾았던 해양경찰관이 사고 현장에 있었고 이분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셨다.우리는 숨을 참지 않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허우적대기 시작하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신문에서 지난 8월 27일을 기해 경북 동해안의 해수욕장이 모두 폐장했고 60만여 명이 다녀갔다는 기사를 봤다. 작년에 비해 27.6%가 증가했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이 오면 바다를 많이 찾는다. 그런데 어릴 적 어른들께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 있다. “얘야, 물가에 가지마라”이 걱정스러운 말에 안심할 수 있는 대답으로 해양경찰에서는 ‘구명조끼 착용’을 권하고 있다. 바닷가 물놀이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해양경찰은 지난 70년 간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리고 한 때 해양경찰이 해수욕장 안전관리의 책임기관이었던 적이 있는데 당시 필자가 경험한 일을 소개하겠다.감시탑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동태를 뚫어져라 살핀다.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가족이 감시탑 앞에 큰 우산을 펼쳐 그늘을 만들고 거기에 짐을 내려놓는다. 장애물 탓에 사각지대가 생기게 되었다. 피서객에게 다가가“여기 파라솔을 세우시면 해수욕객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감시탑 뒤쪽에 설치해주세요” 십중팔구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요? 그리고 바다에 와서 누가 물가랑 멀리 떨어져서 자리를 잡습니까?” 이번에는 사람들이 해수욕을 하러 오기 전 이른 시각의 일이다. 해수욕장에서 그늘 막이 설치된 평상을 대여하시는 분들이 본래 평상을 놔뒀던 곳으로부터 해안가 쪽으로 위치를 일제히 당겨서 다시 배치한다.필자는 또 “사장님, 평상을 이렇게 앞에 배치해서 사람들이 여기 앉으면 감시탑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원래 위치에 배치해주시면 안 될까요?” 볼멘소리가 돌아온다. “평상이 물가랑 멀게 뒤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직접 가지고 온 파라솔이랑 그늘 막을 물가 쪽에 두고 앉아버려서 장사가 안 되잖소? 뭐 여기다가 옮겨 놓으면 불법입니까?”지금은 해수욕객의 안전을 위해 해양경찰서장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해수욕장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 지켜야 할 게 참 많은 곳이 해수욕장이다.백 척 낭떠러지가 위험한 줄은 알면서 몇 발자국 앞이라고 해 바다를 경계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그럼 해수욕을 즐기는 물놀이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겠다. 올해 다녀온 경험에 비춰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각종 튜브를 타기 전에는 근처에 있는 깃발을 보고 바람이 어디로 불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바다 쪽으로 펄럭이고 있다면 나 또한 멀리 떠내려가 버릴 수 있다. 설령 육지 쪽으로 불고 있더라도 바람방향은 또 바뀌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파도에 뒤집혀 튜브마저 놓친다면 구명조끼 없이 몇 분을 견딜 수 있겠는가? 놓쳐버린 튜브를 여러분 수영실력으로 다시 잡을 수 있겠는가? 튜브만 믿고 바다에 몸을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다. 아무리 수영을 잘한다 해도 바닷가 물놀이 중에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도록 하자.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모래사장이라 해서 모든 곳이 해수욕장은 아니다. 시중에 있는 수영장처럼 해수욕장도 가로세로 구역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구조요원들은 이 구역을 집중적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찾은 해수욕장의 구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안전요원이 어디 배치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그리고 수영을 잘 한다고 해서 수영금지선을 넘어 멀리 나가는 건 금물이다. 바다는 산처럼 오르다 지쳤을 때 앉아서 쉬며 체력을 재충전할 곳이 없다. 그냥 힘이 빠져 지치면 그곳이 생의 마지막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반드시 돌아올 체력을 남겨둬야 하는 것이다. 해수욕장에도 구역이 있다는 사실, 잊지 말자.또, 위에 소개한 일화처럼 감시탑에 있는 안전요원의 시야를 가리는 그늘 막 같은 장애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편의보다는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도록 하자. 해수욕장에는 물놀이만이 아니라,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찾는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해수욕장은 물놀이구역과 수상레저구역으로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행이 있는 모래사장 위로 바로 올라오는 수상오토바이 운항자가 종종 있는데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동차가 돌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위반하면 1차 60만원, 2차 80만원, 3차 이상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형사, 민사상 책임도 뒤따를 수 있다.끝으로 해수욕장도 워터파크처럼 하루 중 개장시간과 폐장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폐장시간을 넘겨 야간에 들어가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니 주의하자.워터파크가 언급된 김에 이곳의 환경을 해수욕장과 비교해 바다에서 구명조끼 착용이 왜 필요한지 한 번 더 강조해보겠다.해수욕장은 입장료가 따로 없지만 워터파크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워터파크 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대형 파도풀일 것이다.그럼 생각해보자. 여기 들어갈 때 구명조끼 없이 들어갈 수 있는가? 수영을 할 수 있든 없든 모든 워터파크의 파도풀은 구명조끼 착용이 필수이며 대부분은 약간의 돈을 맡긴 후 빌려서라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입장료를 지불한 손님인데도 불구하고 그곳의 안전수칙에 말없이 고분고분 잘 따르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돈을 맡기는 귀찮은 절차를 통해서라도 구명조끼를 입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워터파크 파도풀의 밑바닥은 딱딱하고 평평해 절대 변할 일이 없다. 하지만 해수욕장은 파도와 조류, 물놀이객의 움직임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바닥환경이 변한다. 오전에는 허벅지까지 왔던 곳이 오후에는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엉덩이까지 높아져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더 위험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것인가? “반드시 입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막아서는 이가 없어도 안전을 위해 스스로 착용해야할 터인데 말이다. 이제 정리하자. 워터파크에서도 입는 구명조끼, 바다에서는 누가 권하지 않더라도 꼭 착용하기로. 왜냐하면 위험한 상황에서 해양경찰을 기다리는데 필요한 건 여러분의 수영실력이 아니라 구명조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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