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지난해 태풍 ‘힌남노’ 고비를 잘 극복해낸 포스코가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또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포스코 노조는 회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포스코노동조합 측은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노동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등 총 86건을 요구했다.조합 측이 제시한 요구사항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6000억원으로 이는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현재 포스코 직원 평균 연봉은 2022년 공시기준으로 1억800만원이다.포스코 노조 요구안에 따르면 1인당 9500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상금액이 거의 1억원에 가까워 1인당 평균연봉이 2억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2억원 수준의 평균 연봉은 ‘귀족노조’ 논란 현대자동차를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이다.회사 측은 경영 여건 상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까지 수해 복구로 2조 이상의 손실을 본 데다 생산 정상화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노조 측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조 6천억원이며,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는 수준” 이라며, “이는 조합원 1인당 약 9천 5백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다.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에 포항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포스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접한 포항시민 김모(51.북구 양덕동)씨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귀족노조 논란 현대차를 뛰어넘는 2억원의 연봉은 자칫 사회적 위화감마저 조성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포스코 노조는 지난 9월 6일 광양제철소 1문 앞, 9월 7일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포스코에서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것은 1969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노조 측은 “사측의 최고 결정권자인 김학동 부회장이 단 1차례도 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노조 요구안 23건 중 5건만 가져오는 등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사측은 “20차 교섭(8.23)에서 회사는 임금성 사안 10건, 단체협약 개정 요구 수용/절충안 제시 32건을 1차적으로 제시하였고, 기본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차기 교섭시 제시 예정임을 노조에 충실히 설명하였으나 노조는 기본급 인상(Base UP) 제시가 없다는 이유로 급작스레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원만하게 교섭을 진행하고자 지난 9월 4일 노사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50년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노사간 서로 소통하자는 내용의 부회장 명의의 서한을 전직원에게 발송했으며, 노조에 교섭결렬을 철회하고 교섭에 복귀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이처럼 노사간 협상이 결렬되고 있는 배경에는 노조집행부 가운데 일부 강성 노조원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제는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고 파업으로 이어져 철강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월 수해로 인한 ‘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를 겪었던 산업계는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차질과 잇따른 공급망 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간 산업의 특성상, 철강 생산 차질은 곧 전방 산업 공급망 전반의 차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실제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철강재 공급이 멈췄을 때 약 170만t의 제품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방산업이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대신 광양제철소를 최대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양대 제철소 모두 생산 차질이 발생하여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또 포스코의 경우 고객사가 대부분 외국계 기업으로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곧바로 패널티 및 고객사 이탈, 계약해지 조치가 나올 수 있다. 고객사가 대부분 국내 계열사인 현대제철과는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철강업계 안팎에선 “포스코 노조의 파업이 현실이 되면 포스코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철강과 연관된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관제철소 특성상 1년 내내 쉬지 않고 가동이 돼야 하는데,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전후 공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코는 생산량의 50% 정도를 수출하고 있어, 제철소가 멈추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객사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태풍 피해로 포항제철소가 멈추자 일부 고객사는 포스코와 거래를 끊고 현재까지도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기준 포스코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으로 국내 상위 5%에 속하는 만큼,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소 냉정한 분위기다. 국내 근로자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포스코 노조의 요구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포스코 협력업체들도 포스코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 노조 측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지속 주장한다면 원‧하청 상생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김재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장은 “포스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협력업체의 고용과 근로 조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했다.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철강 수요 감소 등 외부 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이번 노조와의 임단협 고비를 넘지 못하면 또다른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포스코가 노조에 발목잡혀 생산차질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포항경제를 위해서라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슬기로운 타협점을 찾아주길 바란다.